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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커머스·홈쇼핑·PP업계 모두 신규 T커머스 ‘도입 반대’...대안은 다양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신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 도입에 대해 소비자단체와 TV홈쇼핑·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는 물론 T커머스협회까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미 17개 쇼핑 채널이 40번 이하 채널 곳곳에 분포돼있고 송출수수료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신규 채널 진입 시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규 채널 도입 대신 T커머스 채널 육성 방법에 대해선 각 업계별 이해관계자 입장을 담아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T커머스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18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T커머스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 “그간 신규 홈쇼핑 채널 도입이 특정 사업자나 이해당사자 요구나 정치권력 필요에 따라 추진돼 오면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며 “수혜자와 피해자가 갈라지는 사안인 만큼 다수 이해당사자가 공감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따라야 한다”고 발표했다.

T커머스는 TV방송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상품정보를 선택해 송수신, 상거래하는 양방향 서비스다. TV홈쇼핑과 표면적으로는 유사하게 보이지만 실시간이 아닌 비실시간(VOD) 방송이라는 점, 리모컨 등 양방향기기를 활용해 다수 상품 검색 및 주문·결제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초기에 적용했던 T커머스 화면 비율 등 규제가 2018년 이후 완화되면서 점차 TV홈쇼핑과 유사해지는 추세다.

최근 중소기업 판로확대 및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 T커머스 채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방송 산업 생태계 전반 변화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홈쇼핑 채널 사업은 성숙단계에 접어든 시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진출하게 되면 홈쇼핑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게 아닌 기존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신규 T커머스 도입 명분이 중소상공인 지원 목적이라는 명분 역시 약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방송법은 홈쇼핑사업자를 PP로 규정하고 이미 방송 공적책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소기업 판로확대 및 유통구조 개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채널 도입 시 홈쇼핑채널 간 경쟁 심화로 인한 송출수수료 인상은 필연적이므로,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신규 T커머스 채널 도입에 대해선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동일하게 ‘반대’ 의견을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한 대안은 각 이해관계자 상황에 맞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TV홈쇼핑은 T커머스 규제완화로 콘텐츠가 유사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반면, T커머스 업계는 규제보다 진흥을 요구했다.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모두 채널 연번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PP업계에선 합리적인 연번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송출수수료 문제 해결 수단이 없다면 추가 채널 요구에 대해선 정부 포함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사업자들 기득권 수호라는 관점보다 임대료 상승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T커머스 채널 승인이 필요하다면 데이터 커머스다운 혁신을 위한 의무를 부과해 기존 사업자들도 귀감으로 삼아 시장 메기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신규 T커머스 채널 도입을 원한다면 기존 사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T커머스협회에선 기존 T커머스 사업자에게 적용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커머스 산업이 급성장한다지만 여전히 TV홈쇼핑에 비해 규모가 작고, 이마저 라이브 쇼핑 사업자가 겸영하는 T커머스가 매출과 영업익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사업자 매출 비중은 84%, 단독 T커머스 사업자 매출은 16%에 불과하다. 서우람 한국T커머스협회 팀장은 “신규 T커머스 채널이 도입되도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 많다고 본다”며 “T커머스 사업 기본 규제를 완화해 진흥정책을 펼친다면 신규 T커머스 도입 논리에 대한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PP업계도 신규 T커머스 채널 도입 시 끼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미 1~40번 ‘황금채널’에만 10개 이상 홈쇼핑(TV홈쇼핑+T커머스) 채널이 다수 포진하며 이전부터 중소 PP들이 채널을 뺏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은 “채널번호가 뒤로 갈수록 시청률 확보가 어려워지고, 결국 PP채널은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콘텐츠 공급 대가인 프로그램 사용료를 낮게 책정 받는다”며 “결국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수준의 홈쇼핑 연번제를 도입해 시청권 침해 최소화, PP사업자 채널 사업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에선 과도한 쇼핑채널 개수와 함께 홈쇼핑 판매 상품과 종합편성채널 연계로 인해 발생하는 시청자 피로감을 강조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중소기업 제품 판로 개척과 육성은 20년 전부터 줄기차게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부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규 채널이 진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홈쇼핑 채널과 T커머스 채널에 대해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두 사업자 간 판매 상품과 판매 방식이 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윤 사무총장은 “방송으로서 공공성 가치를 홈쇼핑이나 T커머스 사업자들이 가지면서 이 홈쇼핑 사업자들이 전체 유통시장에서 어떻게 변화해야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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