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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때문에 실직위기 몰린 내연기관차 기술자들… 제조강국 독일의 해법

박기록
벤츠 생산라인(유투브영상캡쳐)
벤츠 생산라인(유투브영상캡쳐)
전기차 시대의 급속한 도래, 비대면 온라인 중심의 물류 및 유통산업의 재편, 혁신 기술산업과 전통 기술 산업간의 격차 등 다양한 형태로 실직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무작정 고용불안으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전기차, 온라인 물류 산업, 소프트웨어(SW) 등 혁신 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크게 부족해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등장으로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든 내연기관 기술자 등 기존 전통적인 제조업 기술자들을 이처럼 인력난에 심화된 산업으로 이동시킬 수 없을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 방식으로 노동력의 과잉과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부품 및 타이어분야 대기업인 콘티넨탈, 화학기업 바스프(BASF), 종합전자기업 지멘스, 부품기업 보쉬(Bosch) 등 독일의 주요 제조 기업들은 인력이 필요한 혁신 산업 분야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양측이 노동자들이 쉽게 전직할 수 있도록 전직 교육 프로그램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현재 주요 대기업을 포함, 36개 기업이 이처럼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나 물류와 같은 분야에서 새롭게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로이터는 실제로 간병인 출신의 한 여성(38세)이 이제 온라인 우편서비스를 담당하는 숙련 노동자로 변신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우편물 등록과 이동경로 추적 SW를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방법까지, 10일간 집중적인 과정을 마쳤으며, 조직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같은 독일 기업들의 사회시장 경제 모델은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서구의 자유시장 자본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노동자의 전직 교육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노동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고, 여기에 인력난을 겪고있는 회사들이 참여해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채우는 식이다.

예를 들어, 독일철도청은 철도 그룹의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탈사와 협력을 맺었다. 콘티넨탈사에서는 더 이상 필요하지않는 직원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독일철도청으로 인력을 이동시키게된다.

싱크탱크인 이포(IFO)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로 충분히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을 재교육하지 못하면 2025년까지 내연기관과 연계된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인력이 필요한 산업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데 독일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2만명의 인력 부족이 올해 3월말에는 85만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엔지니어링, 금속(전기차 등), 물류, 케이터링, 판매 등에서 현재 인력이 부족하다. 독일내 기업뿐만 아니라 올해 3월부터 독일 공장을 가동한 테슬라도 관련 분야 기술자들을 원하고 있다. 독일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가동으로 약 1만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전기차 분야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계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와 관련한 숙련 노동자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베를린 근교에 위치한 마리엔필데(Marienfelde)공장의 조립 라인 생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기위한 SW 재교육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영상 캡쳐
유튜브영상 캡쳐
기존 레거시 완성차회사들은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생산라인들을 전동화(EV)시설로 교체하고 있다. 이제는 내연기관과 관련한 기술자들을 전기차 숙련공으로 전환시키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그들은 믿을 수 있는 직원이고, 그들을 재교육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으며, 인력 시장은 말라가고 있다”는 메르세데스-벤츠 노조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물론 기존 내연기관 인력들을 재교육시켜 새로운 현장에 투입하기까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의 새 연립정부는 전기차 등 혁신 산업분야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수혈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이중 국적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독일의 사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제조업 중심 구조의 우리 나라가 향후 실업문제와 인력난 문제 대응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이미 국내에서도 실직자나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왔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독일처럼 기업과 기업간의 직접적 협력을 통해, 보다 진전된 고용안정 정책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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