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s톡] 안랩, 2일 연속 주가 급락··· 개인·기관은 팔고 외국인은 담았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안랩의 주가가 24일, 25일 이틀 동안 급락했다. 25일 종가 기준 13만5700원이다. 24일 장중 기록한 역대 최고가 21만8500원과 비교하면 37.8%나 내렸다.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이 불안한 주말을 지내는 중이다.
금주 안랩의 주가는 21일부터 23일까지 각각 12.78%, 17.96%, 29.93% 올랐다. 24일과 25일에는 –17.52%, -6.41%로 큰 폭의 주가변동폭을 기록했다. 23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22일 종가 수준으로 장을 마감한 상태다.
◆개미·기관은 던지고 외국인은 담았다
안랩의 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 매수다. 외국인은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137만4294주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안랩 상장주식의 13.72%에 달한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외국인 단일계좌에서 5거래일 동안 116만9606주를 순매수했다는 공시도 나왔다. 해당 투자자는 미국 사이버보안 상장지수펀드(ETF) 운영사 퍼스트트러스트(First Trust)다.
그러나 24일 외국인은 장중 주식 10만주 이상을 대량 매도하며 하락장을 형성했다. 장 후반 일부 매수로 7만4161주를 순매도했다. 25일에도 장중 순매도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는데, 장 마감 직전 매수를 통해 5만9295주 순매수로 장을 마쳤다.
여기에 더해 21일 53만8878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한 JP모건이 3일 뒤인 24일 45만9687주를 매도하며 ‘단타’를 쳤다는 보도가 줄을 이으며 충격에 의한 ‘패닉셀’ 상황이 만들어졌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JP모건의 ‘단타’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해석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JP모건이 매도한 18일과 21일은 한창 상승랠리를 이어가던 중이다. 또 JP모건은 18일 43만4236주를 매각했는데, 이날은 퍼스트트러스트가 100만주 이상을 순매수했다고 공시된 날이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 외국인 지분은 여전하다.
지난 10거래일 동안 개인은 123만4294주, 기관은 11만601주를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135만9428주를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이 던지는 물량을 외국인이 모두 흡수한 상황이다. 25일 기준 안랩의 외국인 지분은 27.79%다. 14일 장 시작 기준 15.16%에서 12.63%포인트(p)나 늘었다.
◆안랩 지분 14% 이상 신규 매수한 퍼스트트러스트, 한국 ‘정치 테마주’ 샀을까?
향후 안랩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퍼스트트러스트의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이에겐 보유상황, 목적 등의 보고 의무가 주어진다.
24일(현지시각) 기준 퍼스트트러스트의 안랩 지분 보유량은 141만2395 주다. 22일 133만9623주 대비 7만2772주 더 늘었다. 지분량은 14.1%로 18.57%인 안철수 창업주에 이은 2대 주주다.
퍼스트트러스트는 안랩에 투자한 사이버보안 펀드(First Trust Nasdaq Cybersecurity ETF (CIBR))를 통해 총 41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클라우드플레어, 팔로알토네트웍스, 시스코, 스플렁크, 아카마이, 맨디언트, 주니퍼네트웍스, F5, 센티넬원, VM웨어, 포티넷, 체크포인트, 옥타, 트렌드마이크로 등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즐비하다.
다른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연매출 수조원대에, 성장률도 20~30% 이상의 업계 강자들이다. 안랩이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의 맏형격 존재라지만 2021년 기준 연 매출액 2072억원, 이중 해외 매출액은 60억원에 그치는 내수기업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는 퍼스트트러스트가 한국의 ‘정치인 테마주’를 10만원 이상의 가격에 대량 매수했을 리가 없으며, 지분 인수는 인수합병(M&A) 과정 내지는 경영 참여 등의 목적이라는 가설이 제기된다.
◆백지신탁하면 안랩 개편 불가피··· ‘새 주인’ 찾게 될까
최대 주주인 안철수 창업주가 국무총리 내지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은 해당 가설에 설득력을 싣는다. 안 창업주는 수차례 공직에 진출시 안랩 지분을 백지신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백지신탁이 될 경우 수탁기관인 은행·증권사는 60일 이내에 해당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주식을 백지신탁한 본인이나 이해관계자는 신탁재산의 관리·운용·처분에 관여할 수 없다. 최대 주주의 지분을 장내 매각할 경우 주가 하락 및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블록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현재 매수자가 퍼스트트러스트라고 해서 외국계가 안랩의 새 주인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JP모건이 지분 5.38%를 매수했다가 매각한 것처럼, 퍼스트트러스트도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도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될지, 외국 기업이 될지, 개인일지 등은 현 단계에서는 미지수다.
안철수 창업주가 실제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할지도 불분명하다. 국무총리 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대 여론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출마의 경우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당선을 확실시하기도 어렵다. 과학기술부총리 제도 신설 후 안 창업주가 해당 직무를 수행하리란 소문 역시 현 단계에서는 신빙성이 낮다.
지난 10년간 안랩의 주가는 안철수 창업주의 정치행보에 따라 오르내렸다. ‘정치인 안철수’의 성공이 곧 안랩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이번에는 모양새가 다르다. ‘고점’이라고 할만한 10만원대에서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안랩 주가의 추이가 지난 10년처럼 급등 후 하락으로 제자리를 향할지, 새로운 모멘텀을 찾을지는 퍼스트트러스트 등 외국인 매수자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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