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지난 2일과 3일, 현대차와 기아는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2년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전동화(EV) 청사진을 제시했다.
10년 또는 15년 뒤의 청사진이지만 국내외 전기차 시장을 모조리 석권할듯한 기세를 반영한방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방대한 청사진 어디에도 ‘수소차’에 대한 얘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 ‘수소차’ 생태계와 관련한 업계에서는 당연히 의아한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수소차 모델의 잠정 중단’될 것이란 얘기가 잠깐 나왔을 때 술렁거리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이 그 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수소차 관련 조직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킴으로서 시장에서 제기되는 의문을 불식시킨 바 있다.
올해 1월 용인 제네시스 수지에서 열린 G90 발표회에서도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수소차 포기설에 대해 공식 부인한 바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수소차와 관련한 청사진도 이번 행사에서 어느정도 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현대차가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수소 트럭 등은 수소 승용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래 경쟁력을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수소차에 대한 언급을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강조한 것이라는 추론만 할 뿐이다. 관련 업계 관게자는 "현대차측에서 수소차 로드맵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1위인 '넥쏘' SUV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수소차 분야는 토요타 등 경쟁구도가 단촐하고, 판매 대수가 적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올해 1월 388대의 수소차를 판매해 토요타(322대)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대수는 931대다.
한편 현대차는 앞서 지난 2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행한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 비전에 집중된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날 글로벌 전기차 선도 기업이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해 미래 사업 등에 총 95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R&D 투자 39조1000억원 ▲설비투자(CAPEX) 43조6000억원 ▲전략투자 12조8000억원이다. 특히 이중 약 20%에 해당하는 19조4000억원을 전동화 부문에 투자한다. 또 2030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전사적인 소프트웨어(SW) 역량를 강화한다.
뒤어어 3일 기아가 진행한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기아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 2022년 목표치 315만 대 대비 27% 증가한 400만 대를 판매해 양적 성장을 달성하고 동시에 친환경차 비중을 52%까지 끌어올려 선도적인 전동화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5년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는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 무선 업데이트(OTA·Over the Air)를 통해 성능을 최신화·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고, 2026년에는 선진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