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 외곽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과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간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타플랫폼스는 러시아 국영 미디어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자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광고를 게재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에 러시아의 통신방송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도 페이스북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을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 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한을 내렸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황상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측은 오히려 “미국의 소셜미디어 대기업인 페이스북이 러시아 언론들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언론을 부당하게 ‘검열’하는 것”이라며 페이스북을 비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통신사인 RIA, 국방부 즈베즈다TV, 인터넷매체인 가제타(gazeta.ru)와 렌타(lenta.ru) 등 4개 미디어의 계정을 제한하고 있다.
이같은 러시아의 페이스북에 대한 거친 비난에는 물론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현지의 참혹한 모습들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어야하는 러시아 입장에선 페이스북이 눈엣가시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주요 군사시설만 공격하겠다’던 러시아 군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내용이 여과없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퍼져나가면 서방과 제3세계 국가들은 그렇다치고 러시아와 비교적 관계가 돈독한 중국 등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미국에게는 더욱 강한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자국 언론들에 대해서는 이미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만을 근거로 보도하도록 하고, 기타 확인되지 않은 검색 정보는 게재하지 말도록 하는 등 강력한 언론 통제에 나서고 있다.
◆ 여론전 나서는 러시아, 과연 소셜 미디어 통제될 수 있을까
앞서 러시아 ‘로스콤나드조르’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확인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양이 크게 증가했으며, 편집자들은 정보를 게시하기전에 이것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자국 미디어들에 대해 엄포를 놓았다.
또한 러시아 관영 매체와 자국의 거대 인터넷 IT기업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지 말라고 자국민들에게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 여론뿐만 아니라 자국내 여론도 통제하고자하는 의도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은 자국민들에게 페이스북과 같은 서방의 소셜미디어가 아닌 러시아의 소셜네트워크를 사용할 것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