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기자] 미국이 최근 니켈, 희토류 및 기타 전략 광물의 자체 생산량을 증대하려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 확보’라기 보다는 ‘중국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다.
‘반도체의 무기화’ 대 ‘광물 자원의 무기화’, 큰 틀에서보면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과정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IT업계,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산업 생태계까지 큰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광물 자립도를) 높이기위해 광물 자원을 개발하되 환경파괴는 하지 말라'는 모순의 메시지를 내보낸 배경에는 이 두 영역에서 모두 승리하고 싶은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와 미래 전기자동차 시장의 주도권 전쟁에 앞서 니켈 등 희귀 광물의 자립도를 높임으로써 중국 변수까지도 완전히 없애고 싶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광물’자립도의 확대는 비록 그 의도가 순수할지라도 시장은 훨씬 더 과격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이같은 '광물 자원의 무기화'가 심화될수록 ‘자원 빈국’임에도 반도체와 2차 전지, 그리고 이를 받치는 핵심 소재 및 부품, 장비가 차세대 성장동력인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광물 무기화, 기업들 ‘각자도생’ 위기감… IT산업 - 전기차 생태계 직격탄
심화되고 있는 광물자원의 무기화는 관련 기업들에게 ‘각자도생’의 위기감을 심어주고,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 광물가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호주의 광산업체 라이온타운(Liontown)과 리튬 중요 광석인 ‘리티아 휘석’ 농축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라이온타운은 LG에너지솔루션과도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2024년부터 5년간 라이온타운에 농축물 총 70만 건조미터톤(DMT, 건조중량기준)을 공급받게 된다. 연간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 테슬라에 공급될 예정이다. 라이온타운은 추가적인 리튬 채굴을 위해 2025년부터는 호주 캐슬린밸리 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이같은 ‘광물자원의 무기화’는 미-중 갈등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언제든지 돌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반도체 제조용 특수 가스를 비롯한 희귀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이 또 한번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금융 및 경제제재에 돌입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스’를 직접 언급하며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았는데, 이런 반응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끝나도 ‘광물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 지속 우려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산업에 직격탄이 됐던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코로나19가 원인이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세계 주요 생산 및 제조 거점지역의 셧다운(공장 폐쇄)따문에 비롯된 현상이었다.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여전히 확산세이긴하지만 기존 델타변이에 비해 위‧중증 비율이 적어, 이제 공포가 아닌 관리의 문제로 세계 각국이 대응 수위를 낮추고 있다. 중국이 아직 강경한 입장이지만 베트남은 셧다운을 재개하고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물자원의 무기화로 촉발되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백신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장기한 안풀릴수도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조율되면 당장이라도 해소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진 사안이다.
결국 미-중, 최근에는 러시아까지 외교적인 해법이 현실적으로 ‘광물자원 무기화’에 따른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동안 주요 IT기업가들은 ‘중국과 싸움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비판이 제기해왔다.
◆결국 미-중 패권경쟁에서 촉발된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거기에
최근에는 워렌 버핏의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미중관계에 대해 “양국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갈등을 체제의 다름이나 한쪽의 우월함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트럼트 대통령 시절에 종종 들었던 이러한 비판이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도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사실 약간 의외다. 시장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전략적 진화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직 진화된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경제패권의 헤게모니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에 의한 변화가 아닐 경우에는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되고 그 피해는 시장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에게 최종적으로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