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대선]⑥ ICT 공약 백브리핑<하> : 말 많은 5G, 탈 많은 공공배달앱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다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대선TF팀] 안녕하세요. 디지털데일리 대선TF팀입니다. 그동안 다가오는 대선에 앞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의 공약들을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기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기자들의 솔직담백한 생각을 전하기 위해 ‘백브리핑’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통신·방송(권하영 기자)과 반도체(김도현 기자), 소프트웨어(이종현 기자), 플랫폼(이안나 기자), 게임(왕진화 기자), 그리고 가상자산(박현영 기자)을 담당하는 각각의 기자들이 후보별 ICT 공약에 대해 가감없이 논해보겠습니다.
◆ 전국민 안심 데이터, 꼭 필요할까?
권하영 기자 : 자, 세 번째 주제로 제안할 것은 ‘전국민 안심 데이터’ 공약인데요. 통신방송 담당 기자로서 제가 설명해보자면, 이게 전기통신사업법에 이런 조항을 신설하는 거예요. 이용자가 자기가 가입한 요금제의 약정 데이터 양을 다 소진해도, 추가 이용 요금 없이 데이터를 일정 속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국민의 데이터 이용권한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거예요.
하지만 실제 통신3사 요금제를 살펴보면 사실 LTE나 5G 요금제 대부분이 속도 제어를 포함해서 무제한 요금제가 많아요. 그래서 이 공약의 혜택을 받을 국민이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왕진화 기자 : 현행법은 시내전화나 유선인터넷 등 유선서비스 위주의 접근권만 보장하고 있어요.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국민 이동통신 이용권이 꼭 보장돼야 한다고 보고요. 그래서 데이터가 없더라도 최소한의 메신저라든가, QR코드 방역패스 같은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사실 그동안 5G 가입자들은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무제한 데이터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이용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요. 가계 통신비 절감도 크게 와닿을 것 같아요.
김도현 기자 : 저는 조금 반대로 생각하는 게, 모두에게 주기보다는 필요한 사람한테 주자는 것에 저는 동의를 하고요. 5G 요금제는 대부분 무제한 데이터니까, 결국 LTE나 3G 가입자를 위한 정책이 될 텐데 여기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공약의 관건은 관련 기업들과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업계 추산 데이터를 보면 안심 데이터 공약을 시행하면 통신3사 매출의 1조원이 빠지게 된다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마이너스가 되면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느낀 통신사가 오히려 요금을 올릴 수 있어요. 조삼모사인 거죠.
권하영 기자 : 제 생각에도 이 공약은 통신사업자와의 합의가 필수 전제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통신업계에서는 이런 소리도 나와요. “우리가 공공재냐” “툭하면 통신비 인하하려고 한다” 이런 불만이 사실 많거든요. 근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게, 이런 공약을 밀어붙이려면 근거가 있어야 해요. 국민의 데이터 이용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가, 필요하다 해도 혹시 다른 대안은 없나. 예를 들면 ‘제로레이팅’이라고 해서 데이터 무과금 서비스가 있는데, 이걸 공공 영역에 한해 좀 더 확대하는 그런 대안도 있을 수 있어요.
사실, 5G 들어서 우리들이 통신품질은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데 요금제는 너무 고가다보니까 통신사들에 대한 어떤 국민적 반감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런 부분은 통신사들이 확실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공공배달앱, ‘메기’ 역할 할 수 있을까?
권하영 기자 : 좋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주제로, 공공 배달앱에 대한 얘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플랫폼 담당 기자인 이안나 기자가 소개를 해주실까요?
이안나 기자 :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배달앱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그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잖아요. 근데 동시에 자영업자들은 마냥 웃지 못하는 게, 배달앱에 지불하는 판매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여기에 라이더들의 불만도 있고요. 이런 이유로 이재명 후보가 공공배달앱 전국화 공약을 걸었는데,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는 민간 시장의 정부 개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생각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권하영 기자 : 사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같은 대형 배달앱들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고, 막강한 자금력으로 배달 시장을 잠식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자영업자들은 배달 수수료가 인상될까봐 늘 불안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고요. 배달 시장 같은 경우 물론 윤석열 후보의 지적대로 이게 민간 영역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소상공인, 배달노동자, 그리고 이용자인 국민까지, 굉장히 우리 민생에 밀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있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공공 배달앱을 통해서 이 민간 배달앱의 시장 독과점을 깨는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게 좋은 대안이 아닌가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법적으로 독과점 규제를 하는 방안도 물론 있겠지만, 오히려 공공 배달앱을 출현시켜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시장친화적인 방안이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군산이나 인천 같은 실제 지자체 공공 배달앱들 사례가 존재하는데, 확실한 것은 이용자들의 호응이 굉장히 컸다는 거예요. 소비자 입장에서 치솟는 배달비라든지 소상공인들이 힘들어 하는 배달수수료라든지 이런 반감이 분명히 깔려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거든요.
박현영 기자 : 실효성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자영업자분들께는 도움이 되는 측면이 큰데, 소비자한테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공공 배달앱에 있는 가맹점이나 일반 민간 배달앱에 있는 가맹점이나 크게 차이가 없거나, 민간 배달앱의 가맹점 수가 훨씬 더 많거나.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공공 배달앱을 쓸 유인이 없을 것 같아요. 좀 더 소비자 친화적이고, 가맹점 수가 많아서 선택지가 다양한 민간 배달 앱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민간 배달앱 만큼 공공 배달앱도 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는데, 서비스 혁신을 하려면 세금을 태우게 되잖아요. 세금을 태워서 민간과 경쟁을 하는 게 옳은 방향인지 논란이 있을 것 같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도 존재할 듯 해서 세금 낭비에 가깝다고 생각을 해요.
이종현 기자 : 공공의 민간 영역 참여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을 하는데요. 시장에서 불편하다고 공공이 직점 참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거고, 사업자들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공공이 개입하면 심판과 플레이어가 같은 사람이 되는데, 그건 이상하잖아요.
권하영 기자 :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70%예요. 외국 자본이 이 정도로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봐요. 자영업자들은 배민을 안 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많이들 얘기하잖아요. 일단 플랫폼이 어떤 시장을 한번 선점하고 나면 그 영향력이 굉장히 크거든요. 공공 배달앱이 대안이 아니라면, 이런 독점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종현 기자 : 특정 배달 앱의 갑질이 우려된다면 투명성 공개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어요. 배달 업체들마다 수수료를 얼마로 측정하고 있는지, 이런 내부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배달의민족은 초기에 정액제로 운영하면서 스스로를 수수료를 안 받는 착한 앱이라고 말했거든요. 수수료 받는 다른 앱은 나쁜 앱이라는 식이었는데. 지금 배달의민족 수수료 받고 있잖아요. 배적배, 스스로가 나쁜 앱이 된 거죠.
권하영 기자 : 수수료 체계를 공개하자고 하면 기업 입장에선 영업기밀을 침해하는 거라고 많이 반발할 거예요. 그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려면 결국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예요.
◆ 기자들이 바라본 20대 대선 ICT 공약
권하영 기자 : 다들 이번에 ICT 공약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어떠셨나요?
왕진화 기자 : 게임 자체를 이야기하는 대선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는 이게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좀 씁쓸했어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나 이스포츠 발전 방안 등 게임 산업과 게이머가 함께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약들은 꼭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영 기자 : 지난 대선이 2017년이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공약에 가상자산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5년 새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상자산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대선에 다양한 가상자산 공약이 등장했다는 건 감격스러울 정도예요. 다만 진심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종현 기자 : 저도 비슷한데, 영혼 없는 공약들이 남발한다는 인상이거든요. 각 후보들 공약을 보면 다들 비슷해서 이름 지우고 다른 사람 공약이라 해도 눈치채는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의 이슈를 팔로우하며 지속적으로 정책 관련 내용을 설명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도현 기자 :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인 것 같아요. 기사에서 구체성에 대해 지적하긴 했지만, 짧은 기간 내 모든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공약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요. 누가 당선되든 내세운 공약을 구체화해나가면서 현실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좀 더 산업를 지원할 수 있는 친화적인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권하영 기자 : 사실 ICT라는 영역이 대선 국면에서 이 정도로 조명받은 때가 있었나 싶긴 해요. 새로운 담론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게 반갑고요. 다만 이 공약들을 구체화 해서 실행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업계의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치고, 좀 더 면밀히 파악을 해서 실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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