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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망을 이용한다, 고로 대가를 내야 한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 망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요금(망 이용대가)를 내야 하지 않을까?

조대근 서강대학교 겸임교수<사진>는 3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주최한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조대근 교수는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이용대가 논쟁과 관련해 ▲인터넷은 유료인가 무료인가 ▲CP는 이용자인가 아닌가 등 쟁점을 짚고 견해를 밝혔다.

먼저 ‘인터넷은 유료인가 무료인가’에 대한 대답은 “타인의 자원을 썼다면 유료”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초기 미국 인터넷 시장에 등장한 상용 ISP들이 서로간 망을 연결하고 패킷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호무정산을 했는데, 이는 단순히 돈을 내지 않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간 ‘물물교환’이 이뤄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주고받는 트래픽의 불균형이 생기면서다. 이 같은 초기 ISP간 상호무정산 방식은 ISP와 CP간 거래관계에서도 이어졌는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CP가 유발하는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1대1 비율로 트래픽을 주고받았다면 이제는 그 비율이 불균형해지면서 정산의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었다는 사례는 실제 미국 공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FCC의 차터 합병승인서를 보면, ISP인 동시에 케이블TV방송사업자인 차터가 경쟁자인 OTT 사업자에 과도한 요금 부과를 하는 일을 막기 위해 ‘CP에 7년간 과금을 금지한다’는 합병 조건이 걸려 있다. 이를 거꾸로 보면 결국 ISP와 CP간 유료정산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 교수는 또한 ‘CP는 이용자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도 “CP는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이며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최종이용자가 인터넷 망을 사용하면서 요금을 내듯, CP 역시 현행법상 기간통신사업자(ISP)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로서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이용자(고객)가 요금을 냈는데, CP가 왜 다시 내야 하냐고 하는데, 공중인터넷망은 각자가 이용자이므로 필요에 따라 요금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넷플릭스와 같은 사례에 비춰볼 때, CP는 ISP의 망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른 유료 정산을 해야 하고, 결론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도 같은 취지의 의견들이 모아졌다. 노창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는 “망 이용대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한다면 저는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면서 “이용자들은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ISP도 망 투자를 통해 비용을 내는 셈이고, CP도 책임이 없는 사업자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한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영식 의원실의 진성오 보좌관은 법제화의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규제 범위를 최소화하면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 것인지, 또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OCA(캐시서버) 도입으로 어디까지 유연하게 네트워크를 재설계할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결론적으로 망 이용대가는 지불하게 될 것”이라 봤다.

정부는 관련해 면밀한 검토를 약속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는 인터넷 망에 아주 높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고품질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에게 원활하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망 관리와 관련해 ISP와 긴밀한 협업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CP와 ISP간 망 이용계약과 관련해 실태조사 권한이 없는 정부가 투명하게 살펴보기 어렵다”면서 “이용자 피해와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정부에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고 또 관계부처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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