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대선 2025] “AI시대, 정책 낭비 그만” 외친 안철수·이준석…‘AI로 합심’

오병훈 기자
(왼쪽부터)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안철수 의원(국민의힘),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이 25일 판교역 인근에서 개최된 ‘안철수X이준석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에서 토론을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안철수 의원(국민의힘),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이 25일 판교역 인근에서 개최된 ‘안철수X이준석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에서 토론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말도 안 되는 정책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25일 안철수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현안을 두고 한 목소리를 냈다.

판교역 인근에서 열린 ‘안철수X이준석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에서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은 국가 과학기술 의사결정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국회나 정부 등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정치인들은 다양한 산업 지원 제안을 받게 되는데, 단순히 유행에 휩쓸린 정책 결정은 지양하고, 진짜배기 기술만 뽑아 정책 지원 드라이브를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다양한 산업 관계자로부터 정책 제안서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그중에는 유행에 치우친 과학기술 정책 제안서들도 많다. 많은 여의도 의사결정자들이 이를 받아들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에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우리 산업을 갈라파고스가 되는 방향으로 투자한다든지,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등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정책 결정자들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와 산업 이해 센스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국민의힘)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안 의원은 “정책 결정권자는 인선을 하는 게 중요한데, 그 분야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인선조차 관계자에게 전권을 맡기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인선하는 결정권자도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정확한 사람을 인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학도 출신 정치권 인사인 두 사람은 이날 AI 기본법을 비롯한 반도체 정책, 미국 관세 대응 등 AI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대담 사회는 대형언어모델(LLM) 구축 전문 기업 포티투마루(42MARU) 김동환 대표가 맡았다.

두 사람은 앞서 언급된 인선 문제 논의 뿐 아니라 대부분 의제에서 유사한 의견을 냈다. 한국형 AI 개발, AI 학습데이터 확보, AI 기본법, 반도체 발전 정책 등 다양한 문제와 관련해 논의하면서 공감을 반복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국형 AI, 대형언어모델(LLM) 필요성에 대해서 안 의원은 “단순 번역만으로는 AI가 그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며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국가마다 다른 고유한 지점들이 많다. 나라마다 필요한 모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형 AI 개발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국 기술에만 갇히는 갈라파고스 문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더했다. 통상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록 유리한 AI 특성상, 한국의 데이터에만 치중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가끔 정부 주도로 기술이 개발될 때, 너무 갈라파고스화 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며 “이전에 문서 형식 등이 한국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이라 불편함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형 기술 개발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국제 질서에서 범용될 수 있는 모델로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공통적으로 한글 파일형식(.hwp)을 사용하고 있는데, 해당 문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dosc’ 등 형식 문서와 쉽게 호환되지 않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 의원이 지적한 범용성 문제도 이와 같은 사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AI기본법과 관련해서 안 의원은 “기본법 핵심은 윤리준수와 진흥책 균형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AI기본법은 최소한 6개월 내지 1년마다 계속 살펴보고, 국내 형편에 맞게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이 의원이 “AI 기술 흐름 동향에 맞춰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각 사업자에 특화된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이제는 각 산업별 특화 반도체칩 등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집중하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AI 학습 작업에 필수적인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의견도 나눴다. 최근 학계와 업계에서는 AI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공개 가능한 법률데이터나 의료데이터와 같은 공공분야 대규모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며 “기성 업계 반발도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은 타협점들부터 잡아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교통 영역에서 블랙박스 사고영상 등 데이터는 학습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안 의원은 “단순히 현대 데이터 뿐 아니라 조선시대, 그 이전 시대 데이터 등도 학습시켜 한국 콘텐츠 개발에 이용한다면 큰 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한편, 이날 행사 이후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의원과 대담 사실을 알리며 “이준석 의원과의 대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진짜 토론이었다”며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도 자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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