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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너도 나도’ NFT 열풍, 단순 ‘주가 상승 재료’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지난주에 뉴욕 ‘NFT NYC' 행사를 총정리하는 <주간 블록체인>을 연재했는데요. 뉴욕에서의 NFT 바람이 우리나라에 도착했나 봅니다. 이번주는 그야말로 NFT 주간이었습니다.

위메이드, 컴투스 등 그동안 NFT에 관심을 보였던 게임사들이 NFT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펄어비스, 엔씨소프트처럼 NFT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게임사들도 잇따라 게임에 NFT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사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이 곧 NFT 주간이 된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달 초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NFT 사업에 나선다고 밝힌 데 이어, SM엔터테인먼트도 NFT 사업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 YG플러스도 NFT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JYP는 일찌감치 나선 상황이고요.

NFT 도입 소식에 대한 반응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게임주들의 주가가 폭등한 것은 물론, 시가총액 상위권의 ‘덩치 큰’ 엔씨소프트마저 NFT 도입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미래 먹거리여야 하는 NFT가 주가 상승 재료로만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블록체인 및 NFT 사업을 위한 적절한 인프라와 인력이 갖추어졌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너도 나도’ NFT를 하는 시기입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선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NFT 시장 전망을 조명해보겠습니다. 게임 업계가 왜 NFT에 빠진 건지, 그리고 NFT ‘옥석 가리기’를 위해선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사례로 보는 ‘게임에 NFT가 유용한 이유’

NFT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게임과 예술인데요. NFT로 발행되는 디지털 예술품도 인기이지만, 올해 들어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해외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NFT가 게임에서 일으킨 혁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게임 아이템을 게임 밖으로 끌어낼 수 있게 했고, 사용자가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닌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했습니다. 이 두 가지 때문에 게임 분야가 NFT와의 접점이 큰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블록체인 기반 게임 ‘더 샌드박스’를 예로 이 장점을 이해해보겠습니다. 더 샌드박스는 메타버스 세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메타버스 내 가상부동산은 ‘랜드’라고 불리는데요. 이 랜드 자체가 NFT입니다. 사용자들은 랜드를 구매해서 랜드에 자신의 기업 로고를 표시해두기도 하고, 그 안에 건물을 세우고 아이템을 채우며 공간을 만듭니다. 물론 그 아이템들도 모두 NFT입니다. 또 메타버스 내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들도 모두 NFT입니다.

더 샌드박스 내 가상 부동산 '랜드'
더 샌드박스 내 가상 부동산 '랜드'
이 NFT들은 모두 샌드(SAND)라는 유틸리티토큰으로 거래됩니다. 샌드는 토큰 1개 당 가치가 모두 동일한 일반 가상자산입니다. 즉 ‘대체불가능한(Non-Fungible) 토큰’이 아니라 ‘대체 가능한(Fungible) 토큰’입니다. 따라서 업비트를 비롯한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게임 내 활동을 위해 드는 비용도 샌드로 지불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랜드를 가지고 있는 소유주는 랜드 안에서 파티를 열거나 게임을 마련해두고, 입장비를 샌드 토큰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더 샌드박스라는 메타버스 안에서 샌드가 화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더 샌드박스 속 '랜드'에서 파티를 하는 모습./출처=더 샌드박스 2021 티저
더 샌드박스 속 '랜드'에서 파티를 하는 모습./출처=더 샌드박스 2021 티저
사용자는 게임 속 자산 역할을 하는 NFT를 판매함으로써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NFT를 판매하면 샌드 토큰을 얻게 되겠죠. 이 샌드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돼있으므로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또 샌드 토큰을 스테이킹(예치)해서 수익을 내기도 합니다. 즉 게임하면서 돈을 버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이 가능합니다.

NFT는 더 샌드박스 내 마켓플레이스에서도 거래할 수 있으나 게임 밖 NFT 거래 플랫폼에서도 거래됩니다. 예를 들면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더불어 사용자의 개인 지갑에 보관도 가능합니다. 더 샌드박스라는 게임이 없어진다고 해도 지갑 안에 있는 NFT 아이템은 없어지지 않겠죠.

이 혁신은 게임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게임이 없어져도 게임 아이템은 없어지지 않는 세상, 게임에 돈을 쓰는 게 아닌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게임사들이 잇따라 NFT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대형 게임사 모두 NFT 참전…누가 꾸준히 준비했나

국내 게임사의 NFT 도입 현황을 소개할 때 위메이드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위메이드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한 뒤 2018년부터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위메이드트리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서비스 파트너로 참여했고요. 이후 ‘위믹스’라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기존 위메이드 지식재산권(IP) 게임들을 위믹스 기반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현재는 NHN 등 다른 게임사도 위믹스 블록체인을 활용해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상황입니다.

컴투스는 굵직한 NFT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습니다. 모회사 게임빌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고요. 앞서 언급한 더 샌드박스를 비롯해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인 업랜드, NFT 스타트업 캔디디지털 등이 컴투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합니다. 컴투스는 이번 3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컴투버스’를 만들고, 그 안의 아이템을 모두 NFT로 채우겠다고 했죠.
컴투스가 투자한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업랜드'.
컴투스가 투자한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업랜드'.
하지만 다른 게임사들은 좀 다릅니다. 펄어비스는 NFT 거래 플랫폼 ‘디파인’에 투자한 바 있지만, 컴투스처럼 NFT 사업을 하겠다고 밝히며 투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메타버스 사업은 했으나 NFT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죠. 선데이토즈 등 나머지 게임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NFT가 ‘주가 상승 재료’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입니다.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및 NFT 적용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NFT, '고점' 아니야?…2018년 'ICO 붐'이 주는 교훈

우려가 제기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너도 나도’ NFT를 한다고 하면 지금이 ‘고점’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NFT만 넣으면 뜨는 세상은 곧 끝날 것이란 지적입니다.

요즘 NFT 시장은 2018년 초 가상자산공개(ICO) 붐을 연상케 합니다. 당시는 NFT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마법의 단어였습니다. 블록체인이 제 2의 인터넷으로 취급되면서 금융, 게임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플랫폼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 도입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로 불리는 금융 서비스들, 그리고 최근 NFT로 빛을 본 게임들입니다. 3년 간의 옥석 가리기가 준 교훈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도 결국 서비스인 만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파이는 블록체인을 쓰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기 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아낀 비용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즉 ‘돈을 벌게 해주는’ 금융 서비스 본연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NFT 역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입니다. NFT가 게임의 패러다임을 ‘플레이 투 언’으로 바꿨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엑시인피니티, 더 샌드박스처럼 ‘플레이 투 언’을 초기에 구현해 성공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듭니다. 이제는 초기가 아니라 너도 나도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NFT 게임이 살아남을까?

결국 ‘재미’라는 게임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 게임 내 경제, 즉 토큰이코노미를 잘 구현해야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유명 게임사들이 모두 아이템을 NFT로 만들고, ‘플레이 투 언’ 게임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많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아이템을 NFT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잘 작동하는 게임 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동시에 게임의 재미를 모두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NFT뿐 아니라 일반 가상자산까지 게임 내에 넣을 예정이라면 토큰이코노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게임 아이템을 NFT화하는 기업이라면 대부분 일반 가상자산, 즉 토큰을 발행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더 샌드박스에서도 게임 내 NFT가 모두 샌드 토큰으로 거래됐죠. 일례로 게임빌도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에 일반 가상자산 ‘C2X’를 접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큰을 발행한다면 단순히 아이템을 NFT화하는 것을 넘어, 토큰이코노미가 잘 굴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샌드 토큰도 단순히 NFT 거래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스테이킹(예치)하고 보상을 받는 일종의 금융시스템에서도 쓰입니다.

이런 토큰이코노미 모델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그에 알맞은 인력도 필요합니다.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할 인력, 그리고 게임의 기본인 재미까지 갖춘 기업이 NFT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NFT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면 서로 다른 게임이더라도 게임 간 NFT를 옮길 수 있죠. 이 장점을 활용해 다른 게임들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고, NFT 간 이동을 지원하는 게임들이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기술적으로 본다면,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NFT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솔루션 프로젝트들의 성장성도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NFT ‘옥석 가리기’의 시대는 머지 않았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서비스 본연의 역할을 잃지 않으면서 NFT 사업을 잘 준비해온 기업이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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