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정 개선에 한창이다. 최신 장비를 투입해 전자회로 집적도 및 적층 수 상승을 이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구식 장비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제재로 설비 확보가 어려운 중국에 단비 같은 존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중고시장에 나온 반도체 장비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이 핵심 장비를 생산하다 보니 중국 업체가 관련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고장비는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나오는 족족 중국에서 매입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은 10나노미터(nm)급 3세대(1z), 낸드플래시는 128단 제품을 주력으로 전환 중이다. 하반기부터는 10nm급 4세대(1a) D램 및 176단 이상 낸드까지 양산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0nm 후반대 이상 장비는 생산라인에서 빠진다. 이는 ▲중고장비 유통업체 ▲장비 리퍼비시 업체 ▲장비 리스하는 금융회사 등이 입찰경쟁을 통해 구매한다. 통상 반도체 제조사 간 직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제재를 가할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최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저가 메모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분야에서 내년 점유율 30%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구식 장비로도 충분히 제조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반도체 공급난도 중국의 중고장비 구매를 부추겼다. 실질적으로 부족한 반도체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칩(PMIC) 등이다. 40nm 이상 공정으로도 소화가 가능한 제품들이다. 중고장비에 대거 투자한 중국 반도체에 기회인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도 후발주자 중국에 긍정적이다. 중국의 추격이 상당 부분이 이뤄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사례를 보면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기업 노하우를 고스란히 접목해 몸집을 키웠다. 삼성전자 등이 활용한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해 반도체 기술력을 빠르게 키울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선단 공정 개발 및 도입은 난항이다. 중국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는 10nm 미만 공정을 도입한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7nm 공정 개발에 성공했지만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등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중고장비로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신공정 개발 속도가 과거만큼 빠르지 않지만 수년 뒤처진 장비로 최신 기술을 확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중국이 중저가 반도체 양산 체제를 갖출 순 있어도 글로벌 업체와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