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고주사율’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에 이어 보급형 스마트폰에도 고주사율을 적용했다. 애플 역시 올해 이 대열에 참여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각적인 편안함을 주는 방법 중 하나로 떠올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애플이 출시하는 차세대 아이폰 중 상위 두 모델엔 120헤르츠(Hz) 주사율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전력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방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한다.
올해 고주사율은 프로 라인에만 적용한 후 내년 전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 애플은 신기술을 상위 두 모델에 선 적용한 후 다음 해 전 모델로 확대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전작 아이폰11에서 상위 두 모델만 먼저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후 다음 해 아이폰12 시리즈 전 모델에 탑재한 바 있다.
주사율이란 1초 동안 화면에서 보이는 정지 이미지 수를 의미한다. 60Hz는 1초 동안 화면을 60장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화면 움직임이 부드럽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60Hz를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보다 높은 경우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로 분류한다.
고주사율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에 처음 120Hz 화면 주사율을 도입했다. 하지만 화면을 최고 해상도로 설정했을 땐 120Hz를 이용할 수 없었다. 즉 전력 효율화를 위해 고해상도(WQHD+)와 60Hz 주사율 혹은 풀HD플러스(FHD+) 해상도와 120Hz 주사율 중 선택해 수동 전환해야 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노트20울트라에선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10Hz~120Hz 적응형 주사율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프리퀀시’ 기술을 적용했다. 화면에 표시되는 콘텐츠에 따라 주사율이 자동 조정돼 전력 소비를 최대 22%까지 낮춘다.
삼성전자는 이달 공개한 갤럭시A 시리즈에도 고주사율을 적용했다. 롱텀에볼루션(LED) 모델인 갤럭시A52와 갤럭시A72는 90Hz, 5세대(5G) 이동통신 모델 갤럭시A52 5G는 120Hz를 지원한다. 주사율은은 사용자가 수동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던 기술이 보급형 모델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고주사율이 진정한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주사율은 화면 해상도와 연관되는데 해상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사율 올리는데 제약이 있다”며 “게임 수요가 많아지면서 모니터는 240Hz 제품도 나왔지만 스마트폰은 과거 대비 2배 높인 120Hz까지 올린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60Hz가 중심이었던 스마트폰 업계에 고주사율이 ‘대세’가 된 것은 시각적인 편의성과 연결된다. 과거엔 언제 어디서든 밝게 보인다는 점, 블루라이트 차단 등 ‘색온도’ 조정 기술에 집중했다면 최근엔 화면 주사율로 흐름이 넘어오게 됐다.
120Hz 고주사율은 터치감과 스크롤, 스와이프 등 제어 환경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웹서핑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웹툰 등을 이용할 때 유용하다. 최근 5G가 완전히 상용화되면서 초고화질 영상 및 게임 등 용량이 큰 데이터들을 다룰 때도 화면이 부드럽게 흐르거나 자연스럽게 스크롤 할 수 있어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고주사율 화면 사용자들 사이에서 “한 번 경험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오래 사용해도 눈이 덜 필요하게 만드는 여러 기술들이 등장했고 이와 관련해 주사율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