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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K-모빌리티…카카오·티맵, 판 커진 ‘맞대결’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차량호출 시장 주도권을 굳힌다. 최근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치 실탄을 확보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세를 넓힐 기세다.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손잡은 티맵모빌리티가 여기에 대항한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은 양대 플랫폼의 2파전 경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약 220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3조4200억원(포스트머니 기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 유치는 2017년 미국 TPG 투자 이후 3년 반 만으로, 당시 약 1조5000억 원으로 평가됐던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이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빠른 확장과 함께 카카오모빌리티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칼라일은 이번 투자로 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의 신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7%를 인수하게 되며, 신주 인수 거래가 마무리되는 대로 카카오(64.7%) TPG컨소시엄(28.6%)에 이은 카카오모빌리티의 3대 주주가 된다.

칼라일이 이번 투자를 결정한 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압도적인 점유율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2015년 3월 택시호출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로 분사해 서비스를 본격화 했으며,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효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차량호출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는 작년 말 기준 1만6000대 규모로 전국 가맹택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대형승합 고급택시 ‘카카오벤티’도 전국 1만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금은 신사업 확대와 기술 투자에 사용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1위 점유율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영역 확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음 행보로는 주차장 사업 확대가 유력하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지난 9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코엑스와 에버랜드를 기반으로 한 주차장 사업으로 약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 가능한 주차장을 연결해주고 자동 결제하는 ‘카카오T주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주차 플랫폼 ‘파킹스퀘어’를 인수한 후 최근 주차·발렛관리 플랫폼인 ‘마이발렛’을 인수하는 등 주차 서비스 생태계를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해 말 SK텔레콤으로부터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도 오는 4월 출범을 목표로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인 우버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우버는 이 합작법인에 1억달러(약 1147억원)를 투자해 지분 51%를 가져가고, 별도로 티맵모빌리티에도 5000만달러(약 57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티맵모빌리티의 단기적 목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도하는 국내 차량호출 시장의 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 직접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국내에서 여전히 인지도가 높은 우버를 포섭한 것도 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법인 설립 건을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승인 배경으로 업계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을 정도다.

현재로서 티맵모빌리티의 강점은 우버의 글로벌 자본력, 그리고 국내 1위 내비게이션 ‘T맵 지도’와의 연계다. 우선 우버택시·우버블랙·티맵택시 등 각사 차량호출 서비스를 하나로 합쳐 덩치를 키우고, T맵 지도를 기반으로 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특히 렌터카·대리운전·택시호출·전동킥보드·주차 등을 묶어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상품인 ‘올인원 서비스형모빌리티(MaaS)’가 핵심사업으로 떠오른다. 빠르게 신규 가입자를 포섭하고 락인(lock in)할 수 있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양대 플랫폼의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다양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차량호출 시장은 수익모델을 넓히기 위해 점점 프리미엄화 되고 있는데, 자본력 면에서 스타트업들은 게임이 안 된다”며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기 보다 출혈 경쟁으로 점유율 싸움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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