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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급 매물’ 이베이코리아, 5조 베팅할 인수후보는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베이코리아가 매각 궤도를 탔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한국 사업 매각 의사를 공식화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만성 적자 시장에 거의 유일한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이니 관심이 높다. 다만 5조원에 달하는 몸값과 시장 경쟁 심화로 선뜻 나서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의사를 밝혔다. 현지시각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베이는 한국 사업에 대해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타진하는 절차를 개시했다”며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업의 미래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매각’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대안으로써 사실상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공식화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써 수년째 소문만 무성했던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G마켓과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업체다. 지난 2019년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1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같은 해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35조원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이른다.

이베이코리아의 외형적 성장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2005년부터 15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과 대비된다. 국내에서는 11번가 정도가 간신히 흑자 전환을 한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매출 1조954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 27% 늘어난 수치다. 이베이 연매출의 약 11%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로 5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그러나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반응이다. 시너지 대비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느낀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계속 적자인 데는 이유가 있다. 플레이어가 많고, 경쟁이 과열됐다. 게다가 글로벌 공룡 아마존이 곧 11번가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한다. 쇼핑 사업을 본격화하는 네이버도 위협적인 경쟁자다.

그렇다고 이베이코리아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쟁사 대비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까지 쿠팡·11번가·위메프·SSG닷컴 등을 제치고 국내 온라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비대면 특수가 본격화된 2020년에는 오히려 쿠팡에 정상 자리를 내준 것으로 관망된다. 2010년 2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들어 5.7%로 떨어졌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주체는 국내 시장에서 단숨에 선두에 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온라인 사업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플랫폼 업체들에 뒤쳐진 곳들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효과를 넘볼 만 하다. 11번가 지분 참여 약정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아마존도 인수 후보 중 하나다. 이 외에 MBK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사모펀드(PEF)도 거론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매각가가 5조원이라는 전제 하에 이 정도 금액을 주고 사들일 기업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면서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기회도 리스크도 큰데, 해외 사업자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베이는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을 상대로 매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베이코리아는 대표를 교체했다. 변광윤 사장이 물러나고, 전항일 이베이재팬 대표가 이날자로 신임 사장이 됐다. 전 사장은 이베이재팬에 몸담으면서 2년 만에 2배 이상 실적을 성장시킨 인물로 꼽힌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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