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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에 안랩 주가 급등··· 정치 테마주된 보안기업들 “씁쓸”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안철수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21일 오전 12시 20분 기준 안랩의 주가는 17.24% 오른 7만4800원을 기록했다. 안랩과 함께 안철수 테마주로 불리는 써니전자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4870원으로 20.25% 상승했다.

안랩은 그간 설립자인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회사 주가가 요동치는 것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정을 내비쳐왔다. 정상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정치 테마주’로 취급되는 것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더라도 안철수 대표는 안랩의 최대 주주다. 지난 3분기 기준 지분 18.6%를 가졌다. 안 대표가 본인의 자산 50%가량을 출연해 만든 동그라미재단(구 안철수 재단)의 지분 9.99%를 더하면 28.59%의 지분을 지닌 셈이다.

반면 써니전자의 경우 연관성이 옅다. 써니전자에서 대표직을 수행한 송태종 전 부사장이 안랩 출신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묶였다. 하지만 송 전 부사장은 2009년 써니전자에 합류했다가 2013년 회사를 떠났다.

연결고리가 끊어졌음에도 여전히 안철수 테마주로 불리며 안 대표의 정치 행보에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다. 써니전자는 과거 “안철수 전 대표와 업무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시한 바 있다.

안랩은 SK인포섹, 시큐아이와 함께 매출 1000억원 이상인 보안업계 ‘3강’이다. 3개 기업 중 유일한 상장사인 만큼 주식 시장에서는 안랩이 국내 보안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이런 기업이 정치 테마주로 전락한 것이 아쉽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보안기업의 정치 테마주화는 안랩 외에도 여럿 있다. 최근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수산아이앤티, 소프트캠프가 그 예다. 두 기업 모두 기업 대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연관이 있다며 이재명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수산아이앤티의 경우 지난 3월 신규선임한 이홍구 대표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캠프 후원회 공동회장을 맡았다는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홍구 대표는 회사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가 아니다. 전문 경영인으로 선임된 만큼 언제고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수산아이앤티는 정석현 회장의 가족 지분이 큰 기업이다. 정석현 회장이 9.34%, 장남인 정보윤 씨가 9.92%, 장녀 정은주 씨가 9.63%를 지녔다. 정 회장의 부인인 안정재 씨의 지분 9.58%와 임원으로 재직중인 자녀 정은아 전무의 9.04% 등 가족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이 50%가량이다.

이재명 지사의 테마주로 주가가 요동치자 정은아 전무가 직접 나서서 “이재명 지사와 회사는 과거 및 현재 사업적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산아이앤티를 이재명 테마주로 보고 있다.

소프트캠프의 경우 수산아이앤티보다도 연관성이 옅다. 일부에서는 배환국 대표를 비롯해 임원 중 중앙대학교 출신이 많다는 점, 본사가 경기도 성남에 있다는 점 등이 이재명 지사와의 연결고리라고 주장하나 1971년생인 배 대표를 이 지사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다수 정보기술(IT) 기업이 판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위치에 따른 특이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프트캠프 역시 “이재명 지사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보안기업의 정치 테마주화가 잇따르는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씁쓸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보안기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사업이 아니라 정치와 연관된 지금과 같은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며 “기업이 나서서 정치인과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해도 투자자들이 관련주로 인식해 버리니 방법이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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