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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대세된 친환경, 그러나 '전기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딜레마

이상일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지난 11.3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세계 IT업계에도 이런 저런 형태로 후폭풍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선언에 사실상 나서는 등 바이든 체제 등장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이미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1월20일 이후 출범하게될 바이든 정부 아래 세계 경제 질서 및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의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게 될 정책 유사성을 기반으로 양국 공조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친환경 시대로의 빠른 전환이다. 석유와 같은 전통 에너지원에 기반한 제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 친환경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정부는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에 4년간 2조 달러를 쏟아 붓는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Eco-friendly growth)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업계와 전기차 배터리 산업 등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바로 온실가스 감축 등 저탄소 실현을 위한 기업 개별적인 노력과 비용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부터 녹색성장 정책 등 친환경 정책이 추진돼왔지만 정부 주요 정책임에도 기업들의 호응은 크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우 탄소배출이 필연적인 만큼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위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 친환경 정책으로 다소 느슨해졌던 국제 환경규제 노력이 바이든 정부에선 다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국가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에 있어 중요한 승차권이 ‘기후대응’이 되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바이든 당선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글로벌 뉴노멀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이 강조해온 탄소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탄소국경조정세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기후대응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히 국내에서 코로나19 등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필연적으로 데이터의 저장과 활용이 중요해진다.

여기에 정부차원의 디지털 뉴딜 정책 역시 ‘데이터 댐’ 등 IT인프라의 급속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데이터센터의 빠른 확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NHN은 김해에 제2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삼성SDS도 경기도 화성시 동탄 인근에 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구축되거나 최근 구축된 데이터센터 모두가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먹는 하마이고 이러한 전기를 생산하는데 아직도 석탄 등 재래 발전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버를 운영하는데 전기가 들어가고 서버를 식히는데도 전기가 들어간다. 일부 데이터센터는 외기. 즉 외부공기를 이용해 냉각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도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금융권에선 탄소에 대해 이른바 ‘손절’에 들어간 상황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3일 이사회 산하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열고 동아시아 금융그룹 최초로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친환경 전략인 ‘제로카본(Zero carbon) 드라이브’를 선언했다. 이는 고탄소 배출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대출·투자를 관리할 뿐 아니라 산업 내 친환경 금융 지원 확대를 통해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는 정책이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도 ‘탈(脫)석탄’에 동참했다. 삼성증권, 화재, 생명 등 삼성 금융사들은 석탄 발전과 관련한 추가 투자를 완전히 중단하고 석탄산업과 관련된 보험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탈 석탄에 나섰지만 금융권이 데이터센터의 최대 수요자 중 하나라는 것은 딜레마다.

실제 국내 금융권의 경우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빠르게 데이터센터 신축 및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KB국민은행이 김포 통합IT센터 구축을 진행 중이며 IBK기업은행도 2023년까지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도 금융그룹 차원의 데이터센터 신축을 타진하고 있고 수출입은행도 차세대데이터센터 개념설계에 들어갔다.

데이터가 화폐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권의 '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러한 쌀을 굴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친환경과 데이터센터가 공존하는 방안에 대해 기술적 발전은 물론 사회적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이상일 기자 블로그=IT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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