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 “1등은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다”

김도현
- 日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관심↑…시공간분할 기술, 세계최초 개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정부와 대기업은 관련 업체 지원 및 육성 방안을 마련, 국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소부장상생협의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위원장을 맡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 대표는 제조업 벤처 1세대로 불린다. 지난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산증인이다.

지난달 방문한 경기도 용인 연구개발(R&D) 센터에서 만난 황 대표는 “2000년대 들어 국산화보다는 외국 업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었다.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변화보다는 관행대로 움직여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는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협력사들은 순위권에서 찾기 힘든 실정이다. 높은 기술장벽과 고객사와의 오랜 관계 등이 원인이다.

황 대표는 “작년 수출규제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위기의식이 고객사에서도 문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업체와 협업이 늘고,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규제했던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등이 그 사례다.
이러한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제는 ‘기술력’ 확보다. 황 대표는 “국산화는 고객사의 비용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인다. 이것만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결국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1등은 혁신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임직원 450여명 중 60% 이상을 R&D 인력으로 채용했다. 보유한 특허는 2100건이 넘는다. 회사 설립한 지 27년이 지난 지금도 황 대표는 매일 오전 7시30분에 기술회의를 주재하고, 연구소를 돌면서 세세한 사항까지 확인한다. 기술 개발을 통한 ‘퀀텀점프’를 강조하는 그의 철학이 드러난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생산하는 장비를 보면 그간의 노력을 알 수 있다. 공간분할플라즈마증착기(SDP CVD), 저압화학기상증착기(LP CVD), 원자층증착기(ALD), 드라이에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박막봉지 및 박막트랜지스터(TFT) 장비 등 전공정 분야가 주력이다. 국내 장비업체 대다수가 패키징, 테스트 등 후공정 위주인 것과 대비된다.

전공정 장비시장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장악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분전이 돋보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세계최초로 시공간분할(TSD) 방식을 적용한 증착장비를 개발했다. 기존 공간 분할 기술에 시분할을 합쳤다.

황 대표는 “세밀함이 요구되는 시간 분할과 속도가 빠른 공간 분할의 장점을 합친 장비를 만들었다. 특수재료를 분사하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개념”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막질(웨이퍼 위에 형성하는 박막의 품질)을 갖추면서, 오염 물질도 없도록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원천 기술 확보에 매달린 결과다.

수출규제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황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 등이 했던 분야를 국내 업체가 대신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있을 수 있다”면서 “힘든 구간이겠지만 편하게 하려는 의식을 바꾸고,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 반도체가 약해지듯, 한국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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