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모든 전자기기에는 회로가 있고, 이를 따라 전류가 흐르면서 가동이 된다. 기본적인 구현 방식을 위해 인쇄회로기판(PCB)은 필수적이다. PCB는 회로 설계를 바탕으로 회로부품을 접속하는 전기배선을 배선 도형으로 표현한 제품이다. 여러 부품의 배치 및 지지시키면서,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스마트폰 등의 핵심부품이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코리아써키트는 대표적인 PCB 업체다. 이 회사는 고밀도 회로기판(HDI),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등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 15일 안산 본사에서 만난 코리아써키트 관계자는 “스마트폰, 메모리 모듈, 서브스트레이트 등 3가지를 다 하는 기판업체는 코리아써키트 뿐”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영풍 그룹의 계열사다. 회사는 장형진 영풍 전 회장의 장남 장세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서정호 전 대표가 건강 문제로 사임하면서, 장 대표가 지난 3월부터 회사를 맡고 있다. 장 대표는 코리아써키트 사장, 영풍전자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HDI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체다. HDI는 PCB의 한 종류로 스마트폰 부품 간 전기적 신호를 회로로 연결하는 기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삼성전기,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디에이피, 일본 메이주, 이비덴 등으로부터 HDI를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HDI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삼성전기와 대덕전자는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로 인해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가 20%대 중후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
코리아써키트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철수로 점유율은 올랐지만,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하면서 체감상 많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제 물량은 기존 12~13% 수준에서 5% 상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써키트는 HDI를 플래그십 40% 보급형 60% 비중으로 공급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구조다.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 대신 반도체 분야가 비대면(언택트) 생활 확산으로 살아나면서, 이를 상쇄했다. 오히려 실적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코리아써키트는 SK하이닉스 등에 메모리 모듈용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를 납품한다. 이 제품은 집적회로(IC)의 전기적인 신호 및 기능을 메인보드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코리아써키트는 BOC(Board on Chip), PBGA(Plastic Ball Grid Array), FC-CSP(Flip Chip-CSP) 등 다양한 종류의 기판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공급하면 고객사에서 칩을 부착해 완제품을 만드는 구조다. 메모리 업황이 살아남에 따라 코리아써키트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써키트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통신 모듈 기판, 전장용 기판 등이 대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과 개발을 같이하고 있고, 국내 자동차 업체 2차 벤더로도 들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코리아써키트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2020년 1분기 매출액 1615억원, 영업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