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공개됐다. 최초 법 통과 당시 우려했던 부분은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인터넷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불법촬영물 등 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단체 지정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하는 인터넷사업자의 범위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내용 ▲판단이 어려울 경우 사업자가 임시적으로 삭제 조치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 규정 마련 ▲위반 의무 기업에 과징금 부과, 사업정지 처분, 과태료 부과와 같은 근거 규정 신설 등이다.
해당 법은 n번방 사건 이후 부각된 법이다 보니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나 실상은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한 법이다. n번방과 같은 음지에 있는 범죄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통되는 것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 통과 당시에도 ‘국민 감청 논란’, ‘불가능한 의무 부과’ 등의 이슈가 발생했다. 방통위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의 대화내용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우려에 ‘인터넷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만 대상으로 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는 데 애먹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톡 등 개인 메신저를 사찰할 것이라는 우려는 불식됐다. 하지만 해당 의무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과 기술적 조치가 모호하다는 문제점이 남았다.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은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부호·문자·음성·음향·화상·동영상 등 정보를 이용자가 게재·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중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전년도 말 직전 3개월관 일일평균이용자 10만명 이상 ▲방심위로부터 불법촬영물 등에 관한 시정요구를 받은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 3개 조건 중 1개에 해당하는 사업자 가운데 방통위가 지정하는 사업자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은 문자나 영상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가령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나 ‘보배드림’도 매출액 10억원 이상인 만큼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명 커뮤니티들 다수가 법의 대상이 되는 것. 이들 가운데 ‘방통위가 지정하는 사업자’만 규정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대상 사업자가 취해야 할 기술적 조치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남는다. 사업자가 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조치는 ▲상시적 신고기능 ▲신고된 정보의 명칭 등을 비교해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하는 정보 검색 결과를 제한 ▲정보 특징을 비교해 방심위에서 심의·의결한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할 경우 게재를 제한 ▲불법 촬영물 등을 게재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알림 등이다.
이중 정보 특징을 비교해 방심위가 의결한 불법촬영물의 게재를 제한한다는 것은 동영상의 특징(DNA)을 이용한 기술로 추정된다. 앞서 방통위는 법 통과 이후 ‘(가칭) 표준 DNA DB’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촬영물의 DNA값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해당 DB의 특징값과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특징값을 대조해 불법촬영물일 경우 업로드하지 못하도록 필터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능을 의무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정의한 법 적용 대상사업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방통위 관계자는 “적용 범위나 방통위 지정 조건 등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며 “불법촬영물을 막겠다는 본래 취지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