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 반도체가 내우외환에 처했다.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했지만 반도체 자립이 쉽지 않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중국은 추가 투자로 위기탈출을 노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이 반도체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SW)를 중국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탓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톱5’ 가운데 3곳이 미국 회사다.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가 대상이다.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미국 편에 가깝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힘든 환경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15.7%다. 오는 2024년에는 20.7% 수준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와 거리가 멀다.
중국은 정면 돌파에 나선다. 자국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에 160억위안(약 2조7086억원)을 투자한다. SMIC는 상하이 증시에 상장해 200억위안(약 3조3852억원)을 조달하기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1조4000억달러(약 1700조원)를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도 포함된 금액이지만 반도체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한국, 대만 등 외국 엔지니어에 연봉 3~4배를 제시하시는 등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대만 반도체 인력 3000명 이상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자국 반도체 인재 육성도 동반된다. 중국은 지난해 ‘국가 반도체산업·교육 통합 혁신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3년 동안 최대 2만명 수준의 기술자가 발굴될 예정이다.
중국 행보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양날의 검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반도체 제조사의 중국 물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대규모 투자의 최종 목표는 ‘해외의존도 낮추기’다. 인력 유출도 해결과제다.
국내 장비업체에는 호재다. 미국 업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원익IPS, 유진테크, 테스, 주성엔지니어링 등은 2019년 해외 매출이 증가했다. 국내 업체의 중국 공장 매출도 일부 포함됐지만, 지난해 투자가 많지 않던 점을 미뤄보면 중국 수주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투자액 증대한 만큼 협력사와의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선택지는 없다. 투자를 늘려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정부 차원의 자금 투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