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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데블스플랜2', 군중 속 고독…'신뢰'와 '배신' 그 사이 어딘가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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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플랜: 데스룸 참가자인 저스틴 H.민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해당 영상 갈무리]
데블스플랜: 데스룸 참가자인 저스틴 H.민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해당 영상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데블스 플랜: 데스룸' 4화에서 참가자 저스틴 H.민은 "오늘은 나 혼자 게임한 거나 마찬가지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손은유와 김하린이 메인 매치에서 감옥동 멤버들끼리 연대하지 않고 생활동 멤버들과 게임을 같이 했다는 이유에서다.

'절도'와 '폭력'을 빼고 뭐든 허용되는 '악마의 계획' 안에서 '배신' 정도는 어쩌면 우습게 볼 일이다. 메인 매치의 특성상 '개인'의 생존과 탈락이 결정되는 만큼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가능한 것이 데블스플랜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스틴 H.민의 생각은 달랐다. 함께 지하실의 비밀을 찾으며 다진 우정을 바탕으로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를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특히 무리의 브레인을 자처했던 손은유와 김하린은 메인 매치 '언노운'에서 초반부터 철저한 계획과 팀 워크로 골인 지점에 가깝게 위치하며 게임 전반을 리드하는 등 감옥동 멤버들과의 의리를 지켜가는 듯 보였다.

이 지점에서 두 플레이어는 외부 세력(생활동 멤버들)에게 적극적으로 '딜(거래)'을 제안하며 자신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 애쓴다. 저스틴 H.민이 그들에게 실망감을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인 매치 전까지만 해도 내부 결속을 다졌던 팀원들이 팀 플레이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위해 타협의 여지를 내보인 것. 손은유와 김하린이 다시 감옥동 멤버들과의 팀 워크를 다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활동 멤버인 박상연의 플레이를 통해 추방을 당했을 때였다.

박상연의 플레이로 자신들의 주사위 말이 추방당하자 이른 바 '전쟁'을 선포하며 감옥동 멤버들에게 '연대'를 강조했고, 복수로 인해 동맹 체제가 결속되는 행보를 보였다. 타협과 외부 연대, 그리고 추방 이후의 재결속 과정에서 같은 감옥동 멤버인 이세돌과 저스틴 H.민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들이 느꼈을 군중 속 고독은 데스매치까지 이어졌다.

저스틴 H.민은 한 번 더 그들을 믿기로 하고 감옥행이 결정된 박상연을 떨어뜨리는 계획을 제안한다. 그의 제안은 이미 게임에서 패한 이후 손은유가 박상연을 데스매치에서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을 전한 후였던 터라, 감옥동 멤버들의 비밀을 간직한 채 내부 결속을 다질 매개체로 작용하리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끝내 해당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손은유, 김하린, 최현준 등 3인의 연대로 이어졌다. 손은유가 저스틴 H.민의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배경엔 '이세돌에게 아직 전달하지 못해서'였는데 3인 연대 플레이 계획을 수립할 만큼 시간적 여유는 있었던 상황이었다.

데스매치인 '시간 경매'에서 3인 연대를 파악한 저스틴 H.민은 후반 라운드에 몰아서 시간을 사들이는 계획을 통해 홀로 생존한다. 결과적으로 탈락자는 처음 계획대로 결정됐지만 그것은 오롯이 저스틴 H.민 본인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결국 저스틴 H.민은 생존 후 돌아간 감옥에서 손은유와 김하린을 추궁하며 '순수한 연대의 가능성'을 본인 스스로 일축시켰다. 다소 조용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각성하게 된 지점이다.

이로써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했던 시즌1의 유튜버 '궤도' 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추구할 만한 인물은 모조리 사라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연대할 수 없는 냉혹한 생존의 법칙이 모든 플레이어들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서 이 악마같은 계획은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공리주의, 연대, 인류애 같은 그런 희망적인 자세와 사상은 데블스플랜: 데스룸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오는 13일 공개되는 데블스플랜: 데스룸 5~9화에선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플레이어들의 진면목이 펼쳐질 예정이다. 어쩌면 절도와 폭력 같은 금지 조항을 제외한 모든 술수(어떤 일을 꾸미는 꾀나 방법)가 물밀듯이 쏟아질 지도 모른다. 미치지 않고선 살아남기 어려운 광기의 레드카펫 위에서 생존한 12인의 플레이어들은 또 어떤 반전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어쩌면 데블스플랜: 데스룸 내 본격적인 '배신'은 이제 시작일 지 모른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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