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업체도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이 한 발 내딛자 한국은 두 발 나아갔다. 낸드 1위 삼성전자는 양과 질 모두 잡겠다는 의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에 160단 이상 7세대 수직구조 낸드(V낸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개발에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6세대(128단) 제품을 양산한 지 1년 만이다.
낸드는 D램 대비 진입장벽이 낮아 후발주자 추격이 빠른 편이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지난 4월 128단 낸드 개발 소식을 전했다. YMTC는 3분기부터 생산을 시작, 연내 128단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7세대 제품은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방패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낸드 개발속도를 높여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몸집도 키운다. 지난달부터 경기도 평택 2공장에 낸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를 착수했다. 2021년 하반기 양산 예정으로 약 8조원이 투입된다. 300밀리미터(mm) 웨이퍼 기준 월 2만장(20K) 규모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7세대 V낸드가 양산된다.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 중국 시안 2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시작한 1단계 공사를 마쳤고, 지난달 5세대(92·96단) V낸드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는 2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단계 완료 후 2공장 생산능력(CAPA, 캐파)은 웨이퍼 월 13만(130K)장 수준으로, 1공장(12만장)과 합치면 총 25만장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공정(1 Etching Step)을 도입, 300단 이상 V낸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100단씩 3번만 쌓아도 300단이다. 적층 한계로 여겨진 200단을 뛰어넘는 성과다. 싱글 스택에서 더블 스택으로 변경해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D램 의존도가 높았던 SK하이닉스도 낸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 완료한 128단 4차원(4D) 낸드를 2분기부터 양산한다. 차세대 제품으로 176단을 연구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공장이 낸드 마더팩토리다. M11, M12, M15 라인 등이 가동 중이다. 특히 M15는 128단 제품이 생산되는 곳이다. 아직 여유 공간이 있어, 캐파를 늘릴 수도 있다.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는 M8에도 낸드 제조장비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이천 M14 역시 128단 전환투자가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수요가 늘면서 낸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반기 불확실성에도 국내 업체들이 낸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라며 “중국 업체가 128단을 개발했다지만, 단수가 같다고 성능까지 같은 건 아니다. 삼성, SK 등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매출액은 135억8000만달러(약 16조7794억원)다. 전기대비 8.3% 상승했다.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45억달러) 33.3%, 키옥시아(26억달러) 19.0%, 웨스턴디지털(21억달러) 15.3%, 마이크론(15억달러) 11.2%, SK하이닉스(14억달러) 10.7%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