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중국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력하자니 기술유출이, 안 하자니 실적악화가 우려됩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넛크래커 처지가 된 점도 부담입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핵심분야 업체들은 중국과 여러 경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시안, 우시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죠. 화웨이는 양사의 주요 고객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을 구축,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이미 중국 생산기지를 갖췄고,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는 연결고리가 더 큽니다. 최근 BOE, CSOT, 비전옥스, 티엔마 등은 삼성·LG보다 한국 디스플레이 장비를 많이 구매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등도 점차 늘려가는 분위기입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서는 기술유출을 명분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 공장 내 현지 직원을 통해 생산라인, 공정 기술 등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기술자가 현지 공장에 위장 취업해 내부를 파악하는 경우가 있다”며 “전문가는 쓱 둘러만 봐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술을 빼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이들도 있습니다. 중국과 거래하지 않을 시 대다수 업체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죠. 중국이 정부 지원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 업체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속 상승세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양면성이 있다. 그럼에도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더 많기 때문에 증설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내줄 건 내주고 취할 건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중국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하는 것도 물량을 갖춘 중국이 유출된 기술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는 그림을 막기 위해서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중국과 관계를 이어가도 된다는 뜻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결국 기술은 인재와 직결됩니다. 중국으로 넘어가는 인력들을 붙잡는다면 기술유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핵심 엔지니어 정년 보장, 주요 정보 유출 시 처벌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다른 관계자는 “중국으로 가면 2~3년 만에 버려진다는 걸 알고도 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한 경쟁, 불안정한 지위 등에 못 이겨 이동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국내 인재들이 우리나라에 남을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