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국회 ICT 입법과제②] 글로벌CP 갑질 막는다
최근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국가정보화기본법’, ‘전자서명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20대 국회를 통과하며 ICT 업계의 오랜 숙원들이 해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최근 통과된 법안들의 하위법령 작업과 함께 단통법 개정, 유료방송 사후규제, 정보통신융합법 고도화 등 만만치 않은 ICT관련 입법과제를 처리하게 된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21대 국회서 다루어질 주요 ICT 입법정책 현안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제도개선 방향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1대 국회에서도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규제안이 주요 핵심 ICT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대 국회에서 글로벌CP 망 무임승차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하면서,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안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외사업자라도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망 품질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첫 단추는 뀄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금지행위 규정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열려 있으며,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인터넷 역외규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 정책 현안’에서는 “망 이용대가 정보의 투명성 제고를 검토하고, 부가통신사업자 유형을 세분화한 후 그에 따른 망 품질 유지의무 또는 일정 금지행위 부과 필요 여부, 규제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역외규제를 위해서는 현행 법률을 해외 사업자에게도 적극 집행하려는 정부 대응과 글로벌 표준에 맞춘 법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해외 규제 동향을 파악해 국내 입법에 반영하고, 국내 인터넷 콘텐츠 및 플랫폼 규제 수준을 글로벌 관점에서 재조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급증하고 있으나 국내법을 적용해 제재하기 어려워 국내사업자와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서버가 해외에 존재하는 해외 플랫폼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강제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불법 콘텐츠 유통, 불공정 거래, 소비자 보호 침해, 개인정보보호 위반에 대해 규제하기 힘들뿐 아니라 국내 수익에 대한 과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해외사업자 역외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사업자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망 중립성 논란도 핵심 이슈로 꼽힌다. 통신사와 CP 간 갈등은 망 사용료뿐 아니라 망 중립성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5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망중립성 원칙에 관한 논란은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자유로운 이용, 대형‧중소 사업자 간 공정경쟁 등을 위해 망 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경쟁촉진, 트래픽 관리 및 지속적인 망 투자를 위해 망 중립성에 반대하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진료 등의 중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망 중립성 원칙이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은 2017년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내용의 규칙을 확정하고, 지난 2월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연방통신위원회(FCC)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U집행위는 2015년 10월 트래픽 동등처리 원칙, 합리적·예외적 트래픽 관리의 허용, 투명성 등을 포함한 단일통신시장법을 제정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연구반 운영을 통해 현행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 필요성을 도출하였으며, 올해 2월부터 제2기 연구반을 운영해 연내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둘러싼 통신사·CP·이용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 방향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법률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규율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방향과 기준을 제시해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사전 규제는 최소화하되 고의적인 차별행위가 있다면 사후적으로 강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다”며 “현행 법령과 가이드라인으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적용이 가능한지, 추가적인 개정이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의 자유로운 이용, 통신망의 지속적인 고도화,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국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숙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콘텐츠 이용 때 소모되는 데이터 요금에 일정한 특혜를 주는 제로레이팅,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인 망 사용료 이슈 등과 연계해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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