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코로나19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업계를 덮쳤다.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의 일부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지 못한 탓이다. 재고분 활용 등으로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사업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MLCC는 스마트폰, TV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회로에 일정량의 전류가 흐르도록 제어해주는 ‘댐’ 역할을 한다. 전류 조절은 물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도 막아준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MLCC는 각각 800~1000개, 1만3000개다. 해당 분야는 무라타(44%)와 삼성전기(22%)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무라타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공장 가동 상황을 공개했다. 이미 알려진 최대 생산지 일본 후쿠이(4월5~7일) 등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중국 공장 등이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인 필리핀 공장은 지난 3월17일부터 멈춰섰다. 오는 18일 재개 예정이다. 고객사들의 MLCC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기도 필리핀 칼람바, 중국 천진 등 해외 생산기지에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기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필리핀 락다운 영향으로 직원 출근율이 50% 이하다. MLCC 공장 가동률 저하로 고객 수요에 완벽히 대응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천진 신공장은 가동 시점을 연기하게 됐다. 현지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에 따른 결과다. 삼성전기는 “중국 정책으로 마무리 공사가 중단됐다. 설비 셋업 등이 지연되고 있다”며 “하반기 예정이던 가동 시점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무라타와 삼성전기는 보유 재고분과 정상 가동 공장 생산 확대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업계에 코로나19 타격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전자기기, 자동차 등 시장이 동반 부진하면서 MLCC 업체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한편 양사의 1~3월 MLCC 매출은 견조했지만, 문제는 4월 이후부터다. 이 기간 무라타는 MLCC 관련 매출액이 1383억엔(1조5829억원), 삼성전기는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 매출이 8576억원이다. 지난해 말부터 살아난 업황과 서버 및 PC 수요 증가가 호재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전 등 침체 지속과 서버 고객사 재고 확보에 따른 구매 중단 등은 MLCC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