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재개를 앞두고 있다. 화재 이슈로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ESS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이다. ESS 분야에 도전했던 전례가 있어,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4년 ESS 사업 진출에 나섰다. 당시 전담 부서를 만들고, 전북 고창 ESS 실증단지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성 문제로 사업을 중단했다. 이후 2017년 ESS 사업을 재개했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이후 ESS 업계는 위기를 맞이했다. 같은 해 8월부터 ESS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탓이다. 정부가 지난 6월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세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 조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된 악재에도 SK이노베이션의 명분은 확실하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기술력을 갖춘 만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ESS는 할 만하다는 판단이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실현도 한몫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ESS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 관리가 어려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핵심이다.
지난 5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ESS 사업은 친환경 전략의 일환”이라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근간을 만들기 위해 ESS가 필요하다. 이를 SK이노베이션 방식대로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 14일 ESS 안정성 강화 대책을 공개했다. ESS 생태계 신뢰 회복을 위함이다. 양사는 각각 특수 소화시스템 도입, 화재확산 방지 제품 출시로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 역시 안정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ESS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관계자는 “국내 ESS 산업이 벼랑 끝에 섰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면서 “업계 리더인 배터리 3사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ESS 부활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