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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딴판세상’ 통신비 옥죄면서, 스마트폰 가격은 천정부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스마트폰 한 대가 냉장고 가격과 맞먹는 5G 시대가 왔다. 5G 상용화 후 5G 통신비 인하 압박이 전방위에서 들어오고 있는데, 단말 가격만 딴 세상이다.

6일 240만원을 육박하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5G’가 출시됐다. 5G는 최신의 기술로 이뤄진 초기시장인 만큼, 제조사는 초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했다. 100만원 이하가 보급형이고, 200만원을 넘어서야 고급형인 시장이다.

20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5G 단말 비용은 천정부지 치솟고 있지만, 통신사는 초고가 단말에 맞는 고가 5G 요금제는 감히 꿈꿀 수 없다고 말한다. 시장경제에 따른 전략적 가격정책은 제조사에게만 가능한 이야기다. 가계통신비는 제조사 단말비용과 통신사 통신요금으로 구성돼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가계통신비 질타는 오롯이 통신사에게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5G 상용화 후 출시된 5G 단말 가격을 살펴보면 ▲갤럭시S10 5G 139만7000원(256GB), 155만6500원(512GB) ▲V50씽큐 119만9000원 ▲갤럭시노트10 124만8500원 ▲갤럭시노트10 플러스 139만7000원(256GB), 149만6000원(512GB) ▲갤럭시A90 89만9800원 ▲갤럭시폴드 239만8000원이다.

5G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단말은 갤럭시A90으로, 9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보급형 기준으로 둔갑했다. 2년 전 출시된 당시 최고사양 프리미엄 단말 갤럭시S8(64GB) 출고가는 93만5000원이며, 2017년 출시된 갤럭시S7(32GB)은 83만6000원이다. LTE 보급형 스마트폰 평균 출고가는 30만~50만원대로 책정돼 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90만원 단말은 프리미엄 단말로 분류, 최고가 사양의 스펙을 자랑했었는데 이제는 90만원 단말기가 중저가로 표현되는 비정상적인 시장”이라며 “9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이 보급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가계통신비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G는 국민 일반의 통상적인 가계통신비와 직결되는 상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5G 보편요금제를 벌써부터 거론하는 등 통신비 인하 압박은 거셌다. 통신사도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신3사 5G 요금은 데이터 다량 구간에서 LTE보다 싸다. 물론, LTE 요금제에 더 저렴한 구성이 많지만, 5G 주 사용층은 데이터 다량 사용자 입장에서는 LTE보다 5G 요금제가 더 유리하다.

통신3사 5G 요금제는 월 최저 4만5000원부터 월 최대 13만원까지 구성된다. SK텔레콤 요금제를 예로 들자. LTE 요금제 중 T플랜스페셜은 월 7만9000원으로, 15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소진 후 5Mbps로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5G 요금제는 5GX스탠다드는 T플랜스페셜보다 5000원 저렴한 월 7만4000원이며, 데이터도 200GB로 2배 더 제공한다. LTE 완전 무제한 요금제인 T 플랜맥스는 월 10만원인데,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인 5GXX프라임은 월 9만5000원으로 더 낮은 가격으로 적용돼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보통 기업은 신제품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비싸게 책정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0만원대를 기본으로 한 고가의 5G 단말을 내놓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 버라이즌도 5G 상용화 당시 요금제 설계를 LTE보다 월 10달러씩 높이는 방식을 채용한 바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9년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스마트폰 출고가를 뜻하는 휴대폰 장비 물가는 갤럭시노트10 출시 영향 등으로 103.23을 기록해 상승세로 전환했다. 갤럭시폴드, 아이폰 출시 등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 물가는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반면, 통신요금 물가는 선택약정할인 상향이 시행된 2017년 10월 이래 2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지출동향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가계통신비 지출은 전년 대비 2.7% 줄었다. 특히, 통신서비스 비용은 데이터 이용량 급증에도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그러나 통신장비 비용은 신규 단말기 출고가 상승 등으로 10.3% 올랐다. 그동안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통신요금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방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는 단말 가격을 다양하게 출시할 수 있지만, 통신사는 요금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요금인가제 폐지, 분리공시, 단말과 통신요금을 따로 내는 자급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통신사인 만큼 정부에서 개입을 많이 하는 편이고 총선, 대선 등 주요 정치적 이벤트 때마다 통신요금을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며 “이와 달리 정부는 제조사에는 통신사만큼의 비용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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