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확장 나서는 LG화학, 높아지는 불확실성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LG화학이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나, 캐시카우인 기초소재 사업 전망이 어두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설, 신규 사업 등 각종 투자를 대비해 장기 차입 전략을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에 부채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44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 20% 이상 하락한 30만원대 초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시장에선 주가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사채 남발’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신학철(61세) 3M 수석부회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이 업계에선 큰 도전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 내정자는 내년 1월부터 출근하며,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선임이 최종 확정된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신 내정자의 글로벌 사업 역량 덕을 보겠다는 전략이지만,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꺾이는 시점에 이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을 대표로 내정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 신사업 ‘문어발 확장’ 부채↑·주력사업 수익성↓, 실적 하락 전망 = LG화학은 각종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계획 중이다. 전기자동차(EV) 2차전지 사업은 물론, 단백질 치료제 개발 등 바이오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자동차 소재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대비한 각종 사업도 구상 중이다. 폴더블 패널의 핵심인 투명 PI(폴리이미드) 필름과 함께, 하드코팅·PI바니시·배터리 등 폴더블 패널 관련 기술·소재·부품을 모두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소재, 배터리, 생명과학, 정보전자소재 등 여러 곳에 발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 중 투명 PI 필름 시장은 이미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스미토모화학 등 기업이 치열한 고객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 장벽이 높아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LG화학의 도전이 의외라는 평이 많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미 대량 양산 라인을 완공했으며, SKC는 내년 7월 관련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돈 될 만한 사업’에 뛰어드는 형세나 이미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온 기업이 많아 후발주자로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부분은 신사업을 포함한 각종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차입 규모를 확장하다 보니 부채도 같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올해 50회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말 기준 사채 발행 총액은 2조8789억원이다. 벌써 올해 회사 빚이 1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 기준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11조1620억원, 17조2573억원이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53.3%, 올해 상반기 말 61.1%에 이어 올해 3분기 말 64.7%로 계속 오르고 있다. 무리한 ‘자금 확보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으론 캐시카우인 기초소재 사업 부문 수익성이 줄고 있다. 사업별 영업이익 비중(작년 기준)은 기초소재 95.9%, 전지 1.0%, 정보전자소재·재료 3.8%, 생명과학 1.8% 등으로 기초소재 사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증권가에선 기초소재 사업부문 영업이익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우선 올해 4분기부터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교보증권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3019억원, 4480억원으로 전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31억원, 3490억원 하락한 수치다.
석유화학 업황이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내년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우선 미·중 무역 분쟁으로 석유화학 시장 수요가 경색되고 중국 수출도 관세 부담이 올라 난관이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 석유화학 관련 증설 완료로 제품 가격 약세도 뒤따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미국의 ECC(에탄석화) 증설 압박은 내년 2~3분기 절정에 달해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을 찍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영업이익을 올해보다 2625억원 줄어든 2조593억원으로 전망했다.
각종 신규 사업으로 일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줘야 하는 기초소재 사업 부문 전망이 악화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형세다.
◆ 업계 모르는 CEO? 우려↑ = 신학철 내정자는 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수석 부회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능력 면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LG화학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이 문제다. LG화학은 그간 석유화학 사업 이해도가 높은 화학공학과 출신이 대표를 맡아왔다. 이번 인사가 사업 불안정성에 이어 ‘CEO리스크’까지 불러올 공산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는 40대 젊은 나이로 그룹 총수가 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나이에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만큼 구 회장을 두고 ‘불안한 시도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부 CEO 영입은 1947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도 취임하면서 대규모 인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구광모 회장과 달리 내부 인재를 중심으로 CEO를 육성해왔다. 이번 인사를 두고 안정보다 혁신을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내년 3월 선임이 최종 확정되기도 전에 회사 안팎에서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회사 주력 사업과 무관한 외부 인사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입했다는 점에서 불안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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