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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화재 후폭풍’ 천문학적 비용에 골머리 앓는 통신3사, 정부정책 언제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 사고 이후 실태점검을 스스로 진행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고 준비할 것이냐는, 결론적으로 비용‧투자와 결부된다. 작게는 수억원에서 완벽하게 하려면 조단위까지 투입돼야 한다. 현실적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다.”

SK텔레콤 ICT인프라센터 윤형식 인프라운영그룹장은 한국전파진흥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건으로 통신3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격화되는 5G 투자에 이어 통신구 대책에 따른 비용까지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는 통신3사 모두에게 직면한 사안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요통신시설 등급체계 정비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통신시설 재정비 규정 가이드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통신3사는 어느 정도까지 투자규모를 산정해 대책을 수립해야 할지 난감한 입장이다.

‘재난’은 국가적 책임이 뒤따르지만, 통신재난에 있어서는 모든 비용을 통신사에 전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돼야 할 경우, 정부에서 제공할 수 있는 투자유인 혜택 방안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통신3사는 KT 화재사태에 통감하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함께하고 있다. KT에서 벌어진 사고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하게 구축해도 장애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통신재난은 국가 및 국민에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정부와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이에 통신사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집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부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KT 네트워크운영본부 무선액세스망품질담당 오범석 상무보는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인 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지침을 주고 방향을 설정하면 내부적인 투자를 하겠지만,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아무리 이중화, 이원화돼도 장애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투자만으로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주기를 바란다”고 정부 협력을 요청했다.

망 이중화와 이원화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통신사가 말하는 투자규모는 모든 국사를 이중화‧이원화한다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금액이다. 어느 구간부터 어디까지 망 이중화를 진행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일부 구간은 망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이원화하지 않은 곳도 있다. 학계 전문가들도 통신사와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강휘진 서강대 교수는 “원천적으로 집집마다 이중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D등급을 포함해 모든 국사에 이상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거나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장애발생 이전에 빨리 대처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며, 이는 비용도 적게 든다”고 제안했다.

김동현 재난안전원장은 “일본 또한 재난발생 수준에 맞춰 대책을 세우지, 무한정 완벽하게 마련한다는 것은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발생한 상황을 웃도는 수준로 대책을 세우고 투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책임론도 부상했다. 1차적인 책임은 관리 소홀을 면할 수 없는 KT에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에도 있다. 화재발생 주요원인 중 하나는 방치된 통신시설등급이다. 아현국사는 통신사 자율점검 아래에 있는, 중요성이 떨어지는 D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수년간 등급 조정을 하지 않아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정부는 화재가 일어난 직후에야 부랴부랴 등급 재조정에 나섰다. 결론적으로 KT는 법을 어기지 않은 셈이다.

강 교수는 “정부는 통신재난을 완벽하게 통신3사에 넘겼다”며 “통신재난은 정부 역할로 정의해 상황실 센터만이라도 과기정통부에 둬야 하며, 예산을 들여 통신사 백업망 체계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최재명 목원대 교수는 “모든 우회경로를 확보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줄 것인지 향후 TF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정하준 LG유플러스 네트워크품질담당은 “국민 기본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제도개선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국사등급이 물리적 기준에 정체돼 있는데, 이용자 수와 장애 복구 기간 등을 고려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정교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통신시설등급체계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대응안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통신사 비용 투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재훈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장은 “통신재난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등급 관련 문제가 있었고, 점검 부분은 많이 부족했다”며 “주요 통신설비 기준을 현실화하고 대응을 잘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바뀌도록 고민할 것이며, 투자부분 내용은 제한을 두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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