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신(新)삼성 시대 개막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1991년 입사 이후 25년 만이다. 계열사 가운데 핵심이 되는 삼성전자 법인의 등기임원사에 오르면서 그룹 전반에 걸쳐 끼치는 영향력이 높아지고 사업재편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27일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동 사초사옥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8기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제1호 의안으로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의 분할계획서 승인 ▲제2호 의안으로 사내이사 이재용 선임의 건이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 부회장은 임시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3세 경영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COO)·전무에 오른 이후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을 거쳐 사내이사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난하게 사내이사에 선임됐지만 이 부회장은 당장 갤럭시노트7 리콜을 원만하게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임시 주총에서도 경영진의 책임론이 계속해서 거론됐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외부 제3기관에 의뢰한 결과가 발표되면 공지 드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이 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7에 대한 책임규명이 드러나면 현 경영진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2012년 완제품(DMC) 부문을 폐지하고 권오현 부회장이 이끄는 부품(DS) 부문과 윤부근 사장의 CE부문, 신종균 사장의 IM부문으로 조직을 개편한 바 있다. 직후 해를 넘겨 윤부근, 신종균,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 사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현재의 3부문 조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시너지 효과가 충분한데다가 각 부문의 대표이사를 분리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변수는 삼성물산 합병과정서 삼성과 날을 세웠던 헤지펀드 엘리엇이다. 엘리엇은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룹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2개로 나눈 뒤 지주회사는 삼성물산에 합병시키고 사업회사는 미국 상장한다는 시나리오는 삼성에게 나쁘지 않다.
갤럭시노트7 리콜의 책임규명과 함께 조직과 경영진에 대한 전면개편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분할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시장의 신뢰와 브랜드 위기를 돌파하면서 얼마나 빠르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자 중심의 사업재편 예고=단기적으로는 갤럭시노트7 이슈를 해결했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의결된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과 함께 화학, 방위산업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면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이외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첫 번째 목표는 바이오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바이오 의약품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과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에 4조원을 투자한 상태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당장 이 부회장의 실적에 있어서만큼은 스마트폰 사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년에 나올 갤럭시S8이 갤럭시노트7 리콜의 충격을 딛고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중요하다.
반도체는 투자를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성장이 예상되는 낸드플래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디스플레이와 합쳐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 이상을 올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와 중소형 OLED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다.
바이오 이외의 신사업으로는 자동차 전장사업과 인공지능(AI) 등을 꼽을 수 있다. 2015년 꾸린 전장사업팀은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가 목표다. 하지만 전장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바이오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성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중국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함과 동시에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그룹(FCA)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결과물이 예상보다 빨리 나올 수 있다.
AI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 개발자가 설립한 비브랩스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당장 AI로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모든 전자제품을 연결, 고유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는 “비브랩스 인수를 통해 향후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구축할 핵심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AI 기반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행보가 연말로 예정되어 있는 정기임원인사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와 계획이 관전 포인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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