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양면성, 한국 투자 강조하면서 서버는 두지 않고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이 왜 한국에 투자하느냐 (중략) 한국은 연결성이 엄청나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83%라고 들었다. 80%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쓴다. 기술도 잘 알고 또 좋아한다. 연예오락 쪽에서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마크 베넷 구글플레이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19일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구글 포 모바일’ 행사에 나와 한국 시장에 대한 공치사를 늘어놨다.
그는 “한국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한국에 투자를 증대하고 싶다”며 한국이 구글플레이 상위 5개 국가에 속해있는 점 등 시장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크 베넷 디렉터는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투자하겠다는 말부터 꺼내놨으나 곱씹어보면 실질적 의미가 내포돼 있기보단 상투적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최근 구글은 지도 국외 반출 문제로 여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나 업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크다.
얼마 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지난 15일 라인 상장일에 가진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구글을 겨냥해 매서운 일침을 가했다. 자기 서버 기술 상 지도 반출이 필요하다는데 구글의 자금력과 기술력이면 국내에 서버를 두고도 충분히 지도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었다.
이날 이 의장은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얼마 버는지 밝혀지지도 않고 세금도 내지 않아 시작부터 페어한 경쟁이 아니다. 불공정하다는 생각”이라며 “돈을 벌면 세금도 내야 하는데 세금 안낸 것을 다시 혁신에 쓰면 가뜩이나 (네이버와) 차이가 나는데 불공정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코리아의 대부분 온라인 서비스는 국외 사업장으로 거래가 잡힌다. 글로벌 서비스 특성 상 그렇다는 게 구글의 입장이다. 업계에선 구글이 국내에서 1조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의장을 포함해 업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벌어들인 만큼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구글의 국내 파트너인 말랑스튜디오의 경우 자사 서비스에 구글 지도를 적용 중이다. 이 회사 김영호 대표는 국내에선 네이버 지도 API를 적용하면 될 일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재차 물어보자 네이버 지도를 활용해 대규모 서비스 시 호출수를 승인받아야 점과 소규모 개발사들이 구글과 네이버 지도를 적용한 두 가지 버전의 앱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했다. 말랑스튜디오는 개발 편의를 앞세운 후자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앞서 구글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의 이유로 ‘외국인 여행객들이 국내에서 불편을 겪는 것’과 함께 ‘국내 스타트업들 역시 제대로 된 구글 지도를 활용 못해 글로벌 진출 시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마치 한국 정부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가해주니 않으니 스타트업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바꿔 말하면 지도 반출이 안 되면 국내 스타트업들이 불편을 감내하라는 메시지도 되는 셈이다. 여기에서 구글의 양면성이 드러난다.
업계에선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거나 관련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면 지도 서비스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구글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19일 ‘구글 포 모바일’에서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구글이 말하는 투자에서 ‘지도 서버’는 논외 대상으로 보인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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