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지우고 새역사 쓸까…티맥스, OS 공개 하루 앞으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호환성을 강조하며 설명하는데만 무려 3시간을 할애했지만, 정작 시연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시연때는 로딩에만 2분 이상이 걸렸지만 커널 패닉이 발생해 플레이 데모가 아닌 리플레이 데모를 보여줬다. 소녀시대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이 역시 속도가 1.5배 빨라지며 결국 시연이 중단됐다. 행사장 안팎에는 아리랑과 대한민국 응원가를 틀어놓는 등 애국 마케팅의 절정을 보여줬다.”
7년 전인 2009년 7월 7일,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 티맥스소프트가 운영체제(OS)를 공개했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개발자의 소회다. 결국 티맥스는 이를 제품화하지 못했고, 관련 기술과 인력을 삼성SDS에 넘겨야만 했다. 이후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OS 개발의 꿈은 영원히 날아가는 듯 했다.
티맥스의 지우고 싶은 ‘흑역사’다.
그런데 티맥스가 OS에 재도전한다. 그 결과물이 20일 공개된다. 지난해 티맥스는 티맥스OS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 데스크톱 및 노트북 PC용 OS와 함께 통합개발플랫폼인 ‘TOP’, 웹브라우저, 오피스 소프트웨어(SW)까지 총 4종의 신제품을 4월 20일 ‘티맥스데이’를 통해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티맥스OS는 OS 개발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티맥스소프트와는 지분 관계가 없고, 최대 주주가 같다.
여전히 티맥스의 OS 발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국산 OS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는 희망, 또 하나는 “티맥스는 왜 OS 개발에 계속 도전할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현재까지는 후자쪽이 더 많은 듯 하다.
그렇다면 티맥스는 왜 OS 개발을 포기하지 못할까.
실제로 OS 개발은 티맥스 최대주주인 박대연 회장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스템 3대 SW 가운데 이미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OS로 이를 완성하겠다는 꿈이다.
이는 티맥스OS 박학래 사장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 사장은 티맥스에서 과거 글로벌 사업부문 부문장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해 설립된 티맥스OS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이미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 시장에서 미들웨어와 DBMS를 성공한 티맥스가 이번에 OS를 발표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3대 시스템 SW을 모두 갖춘 기업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특정 제품(MS 윈도)에 독점에 따라 많은 폐해가 양산되고 있는 OS 시장에서 새로운 OS의 등장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OS 개발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 역시‘선택의 기쁨, 혁신의 시작, 세상을 바꿀 새로운 OS’다. 티맥스가 이달 초 발송한 초대장에는 “현재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MS와 구글이 독점하고 있는 OS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며 “러시아 또한 자국의 보안과 향후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독자적인 OS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티맥스가 발표하는 OS는 오픈소스 유닉스(Unix)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유닉스 OS는 기업용 중대형 서버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티맥스는 유닉스 기반의 PC용 OS를 통해 보안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S 커널 레벨에서 강력한 보안장치들이 마련돼 있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나 미들웨어 등을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티맥스데이에서 티맥스OS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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