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사물인터넷에 승부수를 걸어야
지난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 4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라는 주제로 기술혁명이 미래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미칠 것인가에 대해 집중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2018년이면 빅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며, 2021년에는 로봇 서비스, 2022년에는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인터넷, 2023년이면 신체이식형 인터넷 단말기, 2024년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일상이 되며 3D프린팅이 의료에 쓰이고, IoT가 가정집의 일부가 된다. 2025년에는 인공지능과 공유경제(Sharing Economic), 2026년에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인공지능에 의한 스마트시티가 실현되고 2027년에는 비트코인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중기기관, 철도기반의 1차 산업혁명과 조립라인을 이용한 대량생산체계 구축이 주력이 된 2차 산업혁명에서는 완전 후발주자였으나,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모바일 혁명이 주축이 되는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부주도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구축과 디지털 모바일 기술인 CDMA를 국가 표준으로 정하면서 세계적으로 초고속 및 모바일 강국으로 위상을 떨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사업 준비는 미국과 중국에 몇 년간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1,2차 산업혁명은 이미 늦었기 때문에 리스크를 지고 3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커다란 성과를 얻었으나 후발 추격자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다 보니 미래에 투자할 자원이나 여력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공략해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중 하나가 최근에 상용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사물인터넷 분야라고 생각한다. 사물인터넷을 주도하려면 첫째 사물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는 광속의 통신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통신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무선 랜 기반이 구축되어 있고 4세대 이동통신 망도 최고수준이다.
앞으로 유비쿼터스의 실감형 비디오 시대를 구현할 수 있는 5세대 이동통신망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활용해 준비하고 있어 표준이 완료되는 2020년경이면 가장 먼저 통신망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사물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는 단말기 등 각종 기기들의 경쟁력 또한 세계 최고다. 스마트 TV, PC,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기기 최대 생산국으로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를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강국이기도 하다.
셋째는 사물인터넷 선점을 위한 제조업체 및 통신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장에 선보일 것이고 이를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나올 확률이 많다.
넷째로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가장 중요한데 사실 이 부분이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애플은 자사의 기기들을 연결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폐쇄형 IoT 플랫폼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구글 경우 자사의 안드로이드 OS를 사물인터넷까지 확장시켜 전 세계 어떠한 회사의 제품들도 연동하게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서 플랫폼 경쟁력만 올리면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사 제품들조차 서로 다른 OS로 구성되어 사물인터넷으로 OS를 통합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서 다른 회사제품까지 연동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즉 수용할 수 있는 기기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약점이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날 수 록 기술발전으로 한계성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다른 분야들도 잘 해야겠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으로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새로운 먹거리 선점에 주력 했으면 한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 (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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