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쿠팡 ‘로켓배송’ 판단 보류…법정다툼 가속화
- 법제처 심의회 판단여부 보류
- 물류협회와의 다툼 장기화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쿠팡 ‘로켓배송’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30일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 판단 보류다. 법제처 해석은 각 심의회 위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져야 하고 정해진 기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본격적인 법정다툼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물류협회의 공격이 잘 먹혀들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사정기관에서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치명타다. 실제로 6월 서울북부지방검찰청, 7월 부산 연제 경찰서와 울산 중구, 부산지방검찰청에 이어 9월에는 광주지방검찰청까지 내사를 종결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물론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당연하지만 법제처가 이번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해서 사안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만약 다음 심의회에서 로켓배송을 위법성이 있다고 해석한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여기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소지도 넘어야 한다. 로켓배송은 5000원의 반송비용을 받는다. 쿠팡은 포장비, 인건비와 같은 실비이고 소비자 편의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운송비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유상운송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중단과 관련해 ‘백화점 등의 셔틀버스 운행은 형식상 고객에 대한 무상운행서비스의 제공이지만, 결국 모든 상품가격에 전가되게 되어 있으므로 실질상은 유상운송으로 보아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은 금지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한바 있다. 다만 법정에서 쿠팡이 손해를 감수하고 반송비용을 받지 않을 경우 상황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예컨대 로켓배송 초기에는 건당 8000원~1만4000원의 손해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흑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초기 적자의 굴레를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다. 빠르고 정확하며 친절한 배송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에 반송비용을 감수할 경우 쿠팡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판이 흘러갈 수 있다.
더구나 택배업계도 영업용이 아닌 일반 번호판을 장착한 차량을 동원해 쿠팡과 마찬가지 형태의 배송을 자행해왔다는 점에서 명분확보에 유리하다. 울산광역시 중구의 판단이 이런 경우로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2만3000여대의 택배차량 증차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쿠팡을 제외한 전체 택배용 화물차량의 1/4정도가 여전히 자가용으로 택배배송을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사건처분을 유보하는 결론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쿠팡에게 남은 과제는 명분싸움에 밀리지 않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정부와의 관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쿠팡은 영업이익 적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다가 김범석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 미운털이 박혀 있어 언제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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