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빗장 연 카카오…또 메신저 망명 사태?
- 검찰과 감청 재개 방식에 대해 합의
- 모바일 메신저 망명 일어날지에 관심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통신제한조치) 영장에 응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카카오는 카톡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으나 이번 결정으로 인해 단체대화방(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해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카톡 감청논란은 작년 10월부터 시작됐다. 핵심은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계획 발표 때문이다. 검찰은 관련한 전담팀을 만들면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명예훼손을 감시 및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이석우 전 대표는 “법적 처벌이 있더라도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며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열쇠공을 불러 (강제로) 따는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프라이버시 논란과는 별개로 직전까지 카카오는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 요구에 협조해 왔다. 그런데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만들고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카톡 사용자가 급감했고 급기야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맞선 것. 이른바 사이버 망명까지 일어났을 정도였으니 카카오의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이후 카카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음란물 유포를 방치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판교 사옥에 대한 세무조사, 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 내사 등 사정당국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최근에는 콜택시(카카오택시)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카카오는 검찰의 카톡 감청영장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배경에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이용자의 우려와 함께 국가안보와 사회 안녕을 위협하는 간첩, 살인범, 유괴범 등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 왔다”며 “사회의 서로 상반된 주장과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협조 재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키 위해 수사과정에서 익명화 처리된 사용자 가운데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에 한해서만 대상자를 특정해서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요청하도록 절차를 규정했다. 작년 감청영장 협조 중단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는 얘기다.
카카오 측은 카톡 감청영장 협조에 대해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년여 동안 검찰과 논의해온 사안이라는 것.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제2의 모바일 메신저 망명’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임지훈 신임대표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 이후 카카오가 수익모델 발굴과 안정화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카톡 감청영장 협조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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