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인터넷전문은행, 초기 IT구축비용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6월18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한 이후 금융 IT업계의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IT인프라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실명제의 가치를 훼손시키지않고 안전하게 비대면 본인 확인을 하는 방법을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비대면금융채널에서 금융 고객들은 과연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셀프뱅킹(Self Banking)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에서 고객관계관리(CRM) 및 리스크관리를 위한 빅데이터(Big Data)인프라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등이다.
인터넷이 친숙한 단어이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 IT인프라의 규모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뱅킹시스템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호텔 수도 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을 처음 본 사막의 여자들이 다음날 수도 꼭지를 모두 훔쳐 가지고 나왔다는 얘기와 비슷하다. 물을 저수한뒤, 정수 처리를 거처 또 다시 몇백 Km에 달하는 배관시설이 갖춰져야만 완성되는 거대한 상수도 메커니즘이 그 여인들의 눈에는 직접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계정처리가 완료되고, 그것이 데이터로 저장돼서 다시 마케팅정보로 환원되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을뿐 인터넷전문은행의 IT인프라도 기본적으로 기존 은행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인터넷전문은행의 IT인프라 규모가 기존 은행과 같거나 상당히 유사해야 한다면 IT인프라 구축 비용도 그와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예상외로 인터넷전문은행의 IT구축 비용 문제에선 전문가들의 견해차가 컸다. IT구축 비용이 500억원에서 부터 많게는 3000억원까지도 늘어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처럼 견해차가 큰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고려해야할 변수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제공하는 정책적 헤택들이 기존 은행들보다 많은 것도 IT인프라 구축 초기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운영주체가 어떤 누가 되는지, 또 어떤 비즈니스에 주력할 것인지, 셀프뱅킹과 같은 프로세스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IT운영및 유지보수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따라 IT비용의 투입폭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IT인프라 구축 예상비용? 천차만별 = IT인프라 구축 비용을 추산해보려면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의 규모를 가늠해봐야 한다.
일단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보면, IT인프라 구축 비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몇가지 고려할 요소들이 나열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범위, ▲최저자본금, ▲인가요건, ▲전산설비 위탁 허용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운영주체와 서비스범위, IT인력과 조직까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범위’는 기존 일반 은행과 동일하다. 예·적금, 내·외국환, 신용카드, 파생상품 등 일반 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다 취급할 수 있다.
당연히 기존 일반 은행이 갖추고 있는 IT인프라와 동일해야만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입출금이나 계좌이체, 외환거래 등을 담당하는 계정계시스템과 고객정보및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정보계시스템 등을 갖춰야한다. 여기에 채널시스템및 대외계시스템까지 맞물려 있어야 한다.
이와관련 금융IT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은행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비용을 고려할 경우, 최소한 1000억원 안팎에서 초기 시스템 개발및 구축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시스템 구축후 IT운영 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제외한 수치다.
<그림> 인터넷전문은행 전산시스템 구성도 <자료 : SK C&C>
위 그림에서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계정계, 정보계, 채널및 대외계 등 기존 은행들이 갖추고 있는 기본 전산인프라의 골격외에 핀테크(Fin tech) 서비스를 특화하기위한 별도의 전산인프라가 필요할 수 있다. 오히려 초기 전산시스템의 개발및 운영에 있어서는 기존 은행보다 더 난해할 수도 있다.
채널시스템의 경우, 금융자동화기기, 콜센터,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전자상거래, P2P연게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한다. 여기에 화상상담 등 원격 고객지원서비스도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핀테크 서비스의 경우 지급결제시스템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빅데이터 인프라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비대면채널의 한계를 극복하고, 마케팅의 활성화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의 차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기방지시스템, 이상금융거래탐지(FDS)시스템 구축 등 리스크관리를 위해서도 고도화된 빅데이터의 폭넓은 활용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SK C&C 문용준 부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IT인프라의 구성에 약 1000억원이 초기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기에 빅데이터의 구현과 실행이 매우 중요하고, 넓게는 IT전문인력의 스카우트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초기 IT투자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IT비용 낮출 수 있는 방법은? = 물론 법정 최소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현실적으로 2000억~3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초기 IT인프라 구축 비용에 쏟아부을 가능성은 적다.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어떻게든 IT비용을 줄여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다만 그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파격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IT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이미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이 IT아웃소싱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IT아웃소싱이 중장기적으로는 IT거버넌스 문제에 부딪혀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않지만 일단 초기 시스템 개발및 운영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전산부문 외부수탁규정을 개정해 해외 IT아웃소싱에 대한 규제도 사실상 해제했다. 우리 금융당국의 IT부문 감독및 조사에 대한 권한을 계약서에 명시한다면 제3의 현지 IT업체와도 IT아웃소싱이 가능하다.
이같은 금융 당국의 입장 변화는 반전에 가깝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 2011년 3월, 농협 전산사고 이후 몇차례 금융IT 감독 방안을 마련하면서 금융회사는 IT인력의 50%는 자체인력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시키는등 아웃소싱 확대를 엄격하게 통제헸다. 특히 고객정보(DB)를 다루는 업무에 대해서는 해외 IT아웃소싱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았다.
이와함께 인터넷전문은행용 코어뱅킹(Core Banking) 플랫폼을 선택한다면 초기 IT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용 IT플랫폼은 이미 국내에서 금융관련 IT업체들이 제시하고 있다. 하나금융계열 IT서비스업체인 하나아이엔에스는 동남아 e뱅킹시장을 겨냥한 코어뱅킹시스템을 독자 개발한 상태로, SK C&C도 그동안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자체 코어뱅킹시스템을 개발하고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일종의 보급형 코어뱅킹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 시중 은행에 납품됐던 것보다는 가격이 훨씬 저렴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보안시스템 부문은 예상보다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미 보안성검토 등과 같은 핵심적인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는 등 금융회사의 보안부문의 자율성을 대폭 부여한 상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사고 발생 등 유사시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히려 보안시스템 강화에 상대적으로 많은 IT투자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ICT기업 vs. 금융권… IT인프라 구축 접근방법 큰 차이 =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란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출범하게될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들과는 그 기능과 역할에서 차이가 크게 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겠다고 하는 발표한 곳은 크게 2개 진영으로 분류된다. 통신회사및 지급결제대행서비스 등 ICT기업군, 그리고 지역 은행 및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권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ICT기업들과 금융권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먼저 ICT기업들은 비즈니스의 보조수단 또는 새로운 핀테크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P2P서비스 등 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일반은행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은 일부러라도 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금융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오프라인 점포의 대체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은행들의 경우, 지역적 한계를 탈피하기위한 핵심수단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등 국내 지역은행들이 모두 BNK, DGB, JB 등 금융지주회사 소속이기때문에 이 가정은 당분간 의미가 없다. 앞서 금융 당국이 지난 22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설명회에서 금융지주사 소속 인터넷전문은행은 당분간 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ICT 기업과 일반 금융회사가 인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ICT기업들이 ‘틈새시장’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전략을 짜게 될 경우, IT인프라 구축 비용은 최소 자본금(5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외국의 인터넷뱅킹전문은행들도 업무 범위는 기존 오프라인과 차별이없었지만 오프라인 은행과 직접 경쟁 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IT인프라의 구축 비용도 최소 자본금 수준에서 투입됐다는 게 금융 당국의 분석이다.
반면 중견 금융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게될 경우 기존 일반 은행의 범위만큼 넓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1100억~1500억원까지 초기 IT인프라 구축 비용이 투입되고, 이후 유지보수및 운영인력까 감안하면 최소한 일반 시중은행 연간 IT비용의 60~70%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인터넷전문은행은 외부 IT아웃소싱이 대폭 허용되기때문에 이 비용보다는 훨씬 경제적으로 IT인프라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다.
◆전문 IT인력의 확보, ‘가장 핵심적인 문제’ = 전직 은행권 출신의 한 금융IT 전문가는 ‘인터넷뱅킹전문은행 IT인프라를 구현하는 데 무엇이 가장 걸림돌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금융IT 컴플라이언스(규제대응) 부분은 아웃소싱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IT인프라 개발및 운영부문은 외부 IT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겠지만 바젤(Basel), IFRS(국제회계기준)과 같은 은행의 복잡한 규제내용을 IT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컴플라이언스 대응과 관련 기존 일반 은행에 비해서는 완화된 기준을 당분간 적용할 방침이다. 실제로도 바젤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은 바젤 III 대신 바젤I을 적용받는다.
물론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력이 쌓이면 컴플라이언스 대응 기준도 기존 은행과 동일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컴플라이언스 이슈까지 전담할 IT인력의 충분한 확보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을 질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필수요소라는 설명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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