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중장기 ITO’ 연장 불투명…한국IBM의 위기
-대한항공, 교보생명, 농수산홈쇼핑, 한국투자증권 등 고객 선택에 주목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해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선정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후 국민은행 사태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 한국IBM이 보낸 한 장의 이메일로 밝혀지면서 금융권은 허탈해했고, 관련 IT업계에서도 한국IBM을 보는 시선은 싸늘해졌다.
당시 한국IBM에 근무했던 한 IT업계의 관계자는 “IBM은 고객사의 의사결정에 절대로 개입하지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졌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메일을 작성한 당사자인 셜리 위 추이 당시 한국IBM 대표는 최근 완전히 IBM과 결별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경위야 어찌됐던 한국IBM은 결과적으로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사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득보다 실이 많았다. 고객들의 탄탄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KB금융 사태는 현재 한국IBM에게 매우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IBM에겐 고객사들과 대규모 장기 IT아웃소싱(ITO) 계약이 속속 만료되는 올해부터 향후 2~3년간이 매우 중요해 졌다. 업계에 퍼져있는 ‘반(反) IBM’ 정서를 극복하고 대규모 IT아웃소싱 계약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IBM은 내부적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는 한편으론 업무경험이 많은 시니어급 엔지니어의 이탈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쟁사들의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IBM, 장기 IT아웃소싱 재계약 성공할 수 있을까=장기 IT 아웃소싱 계약은 최소 5~10년 정도 기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IBM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사업이다.
만약 계약 연장에 실패하게 될 경우, 한국IBM으로써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그나마 얼마남지 않은 메인프레임 고객까지 사라진다는 점에서 충격은 가중될 수 있다. “주요 고객사 한 두 곳이 삐끗하면 아예 한국시장에서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한국IBM과 장기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교보생명과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대한투자증권, 에스오일 등이 있다.
당장 내년 3월 IBM과의 아웃소싱 계약이 종료되는 교보생명의 선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교보생명에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및 OA 사무기기에 대한 관리를 포함해 데이터센터와 재해복구(DR) 센터의 운영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계약을 통해 직원 교육 서비스와 IT 전략 컨설팅 등도 포함돼 있다. 10년 간 계약 규모만 34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교보생명의 선택에 IT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와함께 교보생명은 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 중인 대표적인 고객이다. 지난 2009년에는 인천 송도에 공동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 소식통들에 의하면 교보생명은 계약 만료를 1년여 앞둔 현 시점에서 다양한 IT운영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IBM과의 아웃소싱 계약 종료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만큼 내부적으로는 어떤식으로든 향후 10년간 IT인프라 운영전략에 대한 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국내시스템통합(SI) 업체들 간에도 현재 교보생명과 IBM간의 IT아웃소싱 재계약 여부는 큰 관심이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교보생명 주변에선 암묵적인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다.
지난 2009년 3월 한국IBM과 7년 간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에스오일 역시 내년 3월 계약이 종료된다. IBM은 에스오일에 애플리케이션 운영 및 관리,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운영 서비스, 사용자 지원 서비스, 재해복구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에스오일의 경우, 사용량 기반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받아 왔다.
내년 7월 계약이 종료되는 농수산홈쇼핑 역시 초미의 관심이다. 농수산홈쇼핑은 지난 2006년 홈쇼핑 업계 최초로 IT아웃소싱을 계약한 바 있다. 10년 간 300억원 규모로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당시 자체 전산 인력 중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서버 및 네트워크 관리자 등 10여명을 한국IBM 소속으로 전환시키면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받았다.
이밖에 오는 2018~2019년까지 아웃소싱 계약이 체결돼 있는 대한항공과 한국투자증권의 선택도 관심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8년부터 IBM과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있는 ‘상징성’ 있는 고객 중 하나다. 2008년 12월 약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2018년 12월까지 IBM으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을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계약 종료 이후를 대비해 내부에 테스크포스팀(TFT)을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IBM과 2019년 10월까지 아웃소싱 계약이 체결돼 있는 한국투자증권도 재계약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결정은 그동안 IT아웃소싱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증권가에서 큰 화제였다. 한국투자증권 19명의 직원들도 IT아웃소싱 전환에 따라 한국IBM으로 소속이 전환됐다.
◆한국IBM과 IT아웃소싱 재계약 포기한 업체들, 어떤 선택했나=중장기 IT아웃소싱은 기술적인 혁신성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안정적으로 특정 업체로부터 IT개발및 운영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IT인프라가 큰 회사일수록 기존 IT아웃소싱 전략을 수정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IT아웃소싱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IT전략을 변화시킨 사례 또는 적지 않다.
OB맥주와 신용보증기금, 에스콰이어, 국민연금공단 등 지난 몇 년 간 국내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로 아웃소싱 계약을 변경한 전례가 있다. 특히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사물인터넷(IoT), 보안 등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기존 IT아웃소싱의 장점이 사라지면서 계약 이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2년 한국IBM과 10년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로열 고객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와는 별개로 몇 년 전부터 발빠른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AWS 관계자는 한 컨퍼런스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중동 등 해외 사용자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구축을 위해 EC2부터 클라우드프론트, RDS, S3, VPC 등 다양한 AWS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80%의 비용절감과 글로벌 진출 시점을 50% 이상 단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IT아웃소싱 시장만 놓고 보았을때, 한국IBM으로서는 혁신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AWS와 같은 신흥 업체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해 전 인수한 ‘소프트레이어’ 를 통해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AWS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에 비해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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