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책… 한국 집어삼킬 기세!

한주엽

* 4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중국의 후발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최근까지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최근 ‘2014~2016 신형 디스플레이 발전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덩치를 불린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명확한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주요 골자다. 중국이 자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펼칠 새로운 지원책을 살펴보자.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BOE의 왕동성(王东升)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디스플레이학회 SID(The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2014에 기조연설자 자격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중국내 디스플레이 생산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품과 완성품의 내수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중국 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 중 자국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반면, 디스플레이 수입액은 약 5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석유, 반도체, 철광석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액수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동향과 BOE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 기조연설에서 왕 회장은 자국 업계에 “왜 우리끼리 돕지 않느냐, 왜 자급률을 올리지 않느냐”고 중국 정부를 대신해 항의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BOE는 중국 각지에 패널 공장을 두고 있는 현지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다. 2003년 한국 하이디스(당시 하이닉스 디스플레이 사업본부서 독립)의 기술을 이전받아 모니터 패널 양산을 시작,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왕 회장의 호소가 통했던 것일까. 지난해 연말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자국 내 디스플레이 자급률이 사상 최초로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목표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결과이긴 하나, 2011년 이 수치는 5%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주변국 패널 기업들, 특히 중국에 공장이 없는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 정책

중국은 일본, 한국, 대만과 비교해 디스플레이 시장에 가장 늦게 참여한 후발 생산국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을 등에 업은 BOE 같은 현지 업체들은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전자정보산업 조정 및 진흥계획’, 2012년 ‘제12차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방침을 표명하고 각종 지원 정책을 시행해왔다. 큰 목표는 LCD 패널 자급률을 2014년 60%, 2015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국 기업이 패널을 공장 설립할 시 지방 정부가 공동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도록 도왔다. BOE의 베이징 B4는 50%, 허페이 B5는 58%, CSOT 선전 공장은 30%의 자금을 지방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들 중국 패널 업체들은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 정부의 지원으로 대규모 8세대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자금 지원 외에도 패널 업체의 법인세 인하(25%→15%), 32인치 이상 LCD 관세 인상(3%→5%), 핵심 부품 관세 인상(편광판 4%→6%, 6세대 이하 유리기판 4%→6%, 백라이트용 편광판 6%→8%, ITO 터치 필름 5%→8%)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자국 기업을 끌어주고 밀어줬다. 그 결과 충분한 양적 성장이 이뤄졌다.


2014-2016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발전행동계획

지난해 10월 16일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공신부와 공동으로 ‘2014~2016년 신형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이전에 시행해왔던 지원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규모 면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룬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명확한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주요 골자다.

계획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개 기업을 정해 집중 육성한다. 이 2개 기업은 판매액 300억위안(한화 약 5조2000억원) 초과, 생산규모 세계 6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한다. 어떤 기업이 이 명단에 올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최신 세대(기판 크기) 생산기술 보유 기업과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기술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세금우대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중국이 원하는 방향을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합병도 유도한다. 수는 줄이고 덩치를 키우겠다는 의지다. 중국은 “국내 기업간 합병, 국내외 기업간 합작, 해외 기업 지분 투자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술 분야에선 2016년 저온실리콘다결정화(LTPS),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 LCD 생산량을 연 500만㎡로 늘리고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량도 연 40만㎡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특허 출원 총량도 총 2만건으로 늘린다. 이 가운데 해외 출원 건수는 10% 비중을 목표치로 잡았다.

기초장비 및 재료 분야의 질적 성장도 추구한다. 장비 종류의 40% 가운데 40%를 내재화하고, 재료 종류 80% 가운데 80%를 내재화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은 최신 세대 기판기술, 마스크, OLED 발광재료, 5.5세대 이상 증착 및 박막설비 기술을 가진 기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의 장비와 재료를 일본과 한국을 통해 조달받고 있다. 중국이 장비 내재화를 이룬다면 기초 장비를 주로 공급하는 국내 중소 업체들에게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러 가지 지원책을 통해 중국은 2016년까지 디스플레이 면적기준 출하량 세계 2위, 전 세계 점유율 20% 이상, 산업 총 규모 3000억위안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 같은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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