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 경영참여 이유 있었네…안방살림 ‘흔들’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넥슨(대표 오웬 마호니)이 엔씨소프트 경영참여를 추진하게 된 주된 이유로 일본 내 주주들의 압박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는 업계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 12일 넥슨이 작년 4분기 적자전환을 기록하고 연간 이익도 줄어드는 등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 앞에선 대학 시절부터 한 살 터울의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30년 관계도 소용없었던 셈이다.
넥슨(대표 오웬 마호니)이 2014년 연간 실적으로 매출 1729억엔, 영업이익 455억엔, 순이익 293억엔을 기록했다고 12일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공시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0%, 3%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엔 적자전환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25% 증가한 매출 429억엔을 달성했으나 영업손실 7억엔, 순손실 45억엔을 기록했다.
100원당 10.55엔 기준 환율을 적용한 원화환산 연간 실적은 매출 1조6391억원, 영업이익 4314억원, 순이익 2779억원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은 매출 4096억원, 영업손실 71억원, 순손실 246억원이다.
이 같은 넥슨의 실적은 예상된 바 있다. 국내에선 피파3 온라인·모바일게임이 크게 성공하고 서든어택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여타 지역에선 기존 실적에서 현상유지 또는 감소세를 보인 탓이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는 일찍이 이상 신호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작년 5월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행사장에 나와 “지난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이 없었고 작년에도 7% 성장했다”면서도 “실제로 보면 그렇게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뼈있는 말을 던진 바 있다.
당시 김 대표의 우려가 작년 4분기 실적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올해 넥슨은 재도약을 노린다. 넥슨코리아가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신작을 선보인다.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2 등의 기대작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넥슨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앞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8387억원, 영업이익 2782억원, 당기순이익 22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 11%, 영업이익 36%, 당기순이익 43% 성장한 수치다.
작년 4분기 실적은 매출 2351억원, 영업이익 874억원, 당기순이익 623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 12%, 영업이익 54%, 당기순이익 36%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리니지의 성장세가 크게 보탬이 됐다.
업계 일각에선 엔씨소프트가 실적 우려에 대한 넥슨의 경영참여 명분을 없앴다고 하지만 향후 양사 분쟁에 있어 이렇다 할 영향은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엔씨소프트의 실적 호조가 넥슨의 경영참여에 대한 목적의식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 수 있다. 넥슨은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현재 양사의 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넥슨이 지난 10일 주주제안서 답변을 받은 이후 양사가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분쟁이 장기화되는 모양새가 이어질 경우 어느 쪽이든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 경영권 분쟁은 오는 3월 27일 예정된 엔씨소프트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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