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솔루션

[DD프리즘] 오라클 vs SAP, 인메모리 대전(大戰) 본격 시작

심재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오라클과 SAP의 인메모리 DB 대전(大戰) 벌어질 전망이다. 오라클이 지난 해 예고한 오라클 DB 12c 인메모리 옵션을 7일 공식 출시함에 따라,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고돼 있다. 두 회사가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고 있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SAP다. 과거의 인메모리 DB는 증권거래 등 성능중심의 트랜잭션 처리를 위한 보조수단 역할에 그쳤었다.

그러나 SAP는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에 올려 처리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컴퓨터의 메인메모리(주기억장치, RAM)는 휘발성이고,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그 동안 모든 데이터를 올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반면 SAP는 모든 데이터 관리를 메모리에서 하고, 하드디스크는 이를 백업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HANA를 개발했다. 다소 비싸더라도 시스템 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AP의 이같은 전략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SAP HANA는 SAP 창립 이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DB 제품이다.

SAP의 인메모리 DB가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자 오라클은 지난 해 오픈월드 2013에서 이에 맞대응하는 기술 ‘오라클 DB 12c 인메모리 옵션’을 발표했고, 최근 공식 출시했다.

오라클의 인메모리 옵션은 SAP HANA처럼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아니다. ‘옵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오라클 DB 12c에 부가기능(옵션)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옵션의 목적은 분석 성능을 높이는 것이다. 이 옵션을 켜고 원하는 테이블을 선택하면, 기존의 오라클 옆의 메모리에 열(컬럼) 기반으로 데이터가 한 셋트 더 저장된다. 분석업무에 필요한 것은 테이블의 행이 아니라 열이기 때문에, 열 기반으로 저장하면 분석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즉, 트랜잭션 업무에는 기존의 오라클 DB을 사용하고, 분석 업무에는 인메모리 옵션을 사용해 성능을 극대화 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기술 기반은 다르지만, 두 DB가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 하나의 DB로, 트랜잭션 처리와 분석 처리를 모두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DB산업은 오라클, IBM, SQL 서버, 사이베이스 ACE 등 트랜잭션 처리를 위한 DB와 테라데이타, IBM 네티자, EMC 그린플럼, 사이베이스 IQ 등 분석을 위한 DB로 구분돼 왔다.

하지만 오라클은 기존 트랜잭션 DB에 열 기반 인메모리 저장소를 옵션으로 끼워 넣으면서 분석 영역까지 치고 나왔다. SAP HANA는 처음에 등장할 때 분석 처리 전문 DB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최근 자사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HANA 기반으로 새롭게 출시하면서 트랜잭션 처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두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도 흥미롭다. 오라클은 전 세계 DB 시장의 절대 강자로, SAP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다. 오라클은 기존 DB 시장의 영향력을 방패로 삼아 SAP를 막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오라클이 새로운 인메모리 DB를 출시하는 대신, 기존 오라클 DB에 인메모리 기능을 부가기능으로 넣은 이유다. 실제로 오라클 DB 기술에 익숙한 개발자와 DB아키텍트들이 쉽게 인메모리 분석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SAP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절대 강자다. 때문에 SAP는 애플리케이션의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DB 시장의 틈새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SAP가 ‘비즈니스 스윗 온 HANA(Business Suite on HANA)’라는 이름의 HANA 전용 ERP를 개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SAP ERP를 쓸 때는 오라클 DB가 아닌 SAP HANA가 더 좋다는 것이 SAP의 메시지다.

두 DB의 최종 목표는 실시간 기업이다. 인메모리 컴퓨팅으로 인해 트랜잭션 처리와 분석의 성능이 올라간다는 것은 속도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업무 속도가 개선되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새롭게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한때 IT업체들이 입이 닳도록 주창했던 실시간 기업을 오라클과 SAP가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심재석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