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10년 LG전자가 출시한 휴대폰 \'버블팝\'. 당시 일반폰 가격이 40~50만원에 형성돼 있었지만 출고가 20만원대로 가격파괴 휴대폰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당시 단말기 출고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던 KT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고, LG전자가 높은 품질의 제품으로 화답했다.
비록 가격은 20만원대였지만 와이파이 탑재 등 좋은 품질에 괜찮은 애플리케이션들도 다수 탑재하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인기를 끌어올리던 \'버블팝\'의 상승세에 제동을 건 것은 경쟁사인 S사 휴대폰이었다. S사 제품은 40만원대로 가격차이가 상당했지만 품질은 차이가 없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사의 보조금 및 판매장려금이 대거 투입되면서 버블팝의 상승세는 순식간에 곤두박칠쳤다. \"보조금 경쟁 NO\"를 외쳤던 KT는 그렇게 휴대폰 출고가 현실화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사건은 이통사 보조금은 물론,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휴대폰 유통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통사만의 힘으로는 휴대폰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KT는 \"버블팝이 성능도 좋고 가격도 쌌지만 장려금이 더 투입된 비싼 단말기가 훨씬 많이 팔렸다\"고 회고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정부도 이 같은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제조사 장려금이 이용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고, 제대로 된 단말기 선택을 방해했다\"며 \"과도한 장려금이 휴대폰 유통시장을 교란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20만원, 40만원대가 아닌 100만원 전후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스마트폰 시대다. 3년이 지난 현재 휴대폰 유통시장에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10월 삼성전자의 디지털프라자는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한동안 입방아에 올랐다. 이 곳에서 삼성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가 단돈 5만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당시 5만원짜리 갤럭시S4는 휴대폰 유통시장을 소위 \'멘붕\'에 빠뜨렸다. 90만원 출고가격의 갤럭시S4가 어떻게 5만원에 팔릴 수 있었을까. 이동통신사간 경쟁이 심화되던 시기였지만 아무리 보조금을 투입하고, 요금할인까지 해도 5만원짜리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불가능했다.
원인은 제조사 장려금이 집중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싸면 소비자에게 좋을 수 있겠지만 5만원 갤럭시S4는 소비자나 다른 유통점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S사 임직원 출신이 운영하는 일부 디지털프라자에만 판매장려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주변 유통상권은 폭탄을 맞은 셈이됐다. 정부에 신고가 들어오고, 폐업위기에 몰린 유통점들도 등장했다. 5만원 갤럭시S4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상당수 비싸게 구매한 소비자들 역시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이동통신사들의 이용자 차별적 보조금이 늘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처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 역시 휴대폰 유통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방통위에 따르면 2009년 일반폰 시절에 비해 최근에는 제조사 장려금이 상당히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조금 비중은 이통사 60%, 제조사 40% 비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차별적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이통사를 조사하고 있지만 제조사의 장려금이 상당부분 투입되며 위반을 주도한 이통사를 찾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제조사에 대해서는 장려금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돼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반대로 해당법을 추진해온 미래부, 방통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제조사의 반발에 대해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은 최근 \"소비자에게 정확한 단말기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보조금을 투명하고 차별 없이 지급하자는 취지\"라며 \"제조사가 사실을 왜곡해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도 (제조사가 해외에 이런 법이 없다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휴대폰을 이통사와 묶어서 파는 비정상적인 곳도 없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단말기 유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