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PC 시장의 ‘공룡’ 인텔이 모바일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로엔드(값싼 제품)부터 공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계의 강자인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10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자사 아톰 칩을 동급 제품 대비 20~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잠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인텔 모바일용 아톰칩의 평균판매가격(ASP)은 11.56달러로 퀄컴(18.86달러)과 삼성전자(19.80달러)는 물론 저가 제품을 주로 공급하는 중국의 하이실리콘(16.45달러)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은 이 같은 저가 전략으로 지난 5월 글로벌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자사 모바일 칩 공급을 성사시켰다. 아톰 Z2560 프로세서(클로버트레일+, 1.6GHz 듀얼코어)가 탑재된 삼성전자 갤럭시탭3 10.1 16GB 와이파이 버전은 미국 시장에서 300달러 후반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텔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아톰 칩을 처음으로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 내부 판매 목표치도 벌써 거의 채운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인텔이 이처럼 ‘저자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모바일 시장에서 매출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함이다. 인텔의 주요 사업은 PC용 CPU다. 그러나 선진국 경기 침체로 PC 교체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수요를 받쳐주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PC 시장은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PC용 x86 CPU는 ‘부르는 게 값’이지만 경쟁에서 한참 뒤쳐져 있는 모바일 쪽은 상황이 다르다”며 “저가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전형적인 ‘진입자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인텔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SA에 따르면 지난 지난해 인텔이 전체(통신 기능 통합+단일 AP)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차지한 매출액 점유율은 0.2%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전자 등 신규 고객사 확보로 점유율이 1%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SA의 분석이다. 반면, 이 시장 1위 업체인 퀄컴의 AP 매출액 점유율은 올해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은 10일(현지시각)부터 13일까지 인텔개발자포럼(IDF)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다. 폴 오텔리니의 뒤를 이어 신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모바일 시장의 추격 전략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