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최주선 변호사] 1969년 아르파넷(ARPANET)으로 시작된 인터넷은, 19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의 등장으로 폭발적 성장을 했고,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은 정보산업의 핵심적 창(window)으로써 기여하고 있다.
그 사이 정보 생산의 주체는 포털과 같은 서비스 기업이 아닌 이용자로 바뀌었고, 정보의 형태도 단순한 글이 아닌 사진, 동영상, 음원, 아이템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그 가치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오프라인 정보의 대체형태로서 존재해 오던 온라인상의 정보는 어느새 고유한 의미를 가지게 됐고, 그 결과 오프라인상의 정보로 대체할 수 없는 온라인 정보도 1/3이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디지털 정보의 대부분이 포털업체의 공간을 활용해서 저장·재생산되는 관계로, 정보생산의 주체이지만 포털의 이용자에 불과한 소비자로서는 그 정보를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는지, 특히 자신이 포털 공간에 축적한 디지털 정보를 사망시 자신의 후손에게 상속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그간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포털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엘스워즈 해병의 유족과 같은 일부 선구자는 법원에 사망자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지만, 이 승소판결이 디지털 유산 내지 디지털 유품의 상속에 대한 획기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13년 4월 11일, 세계 최대 포털회사인 구글(Google)이 디지털 유산 상속과 관련해 디지털 세계의 질서를 재편할 역사적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서비스의 명칭은 ‘휴면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흔한 명칭을 가진 이 서비스 안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 상속을 포괄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는 지메일, 유투브, 구글 드라이브, 구글 플러스, 피카사 등 구글이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에 적용된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용자는 일정 기간 동안 구글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글을 통해 형성된 자신의 데이터, 예컨대 사진, 이메일, 문서 등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도록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다. 이용자는 먼저 자신이 얼마의 기간 동안 구글 계정에 접속하지 않아야 휴면 계정이 되는지 그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할 믿을만한 가족 또는 친구를 10명까지 미리 지정할 수 있다.
2) 만약 이용자가 실제로 설정기간이 거의 다 되도록 구글 계정에 접속하지 않으면, 일단 구글은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이용자가 알림 서비스를 받고도 설정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구글 계정에 접속하지 않으면, 구글은 미리 지정된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3) 이후 구글은 지정된 사람들에게 이용자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용자는 구글의 데이터 공유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자신의 (휴면) 계정이 삭제되도록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다.
결국, 위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물려준 후 자신의 디지털 계정은 삭제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삭제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이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는 양극단의 비극을 모두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망자의 ‘잊혀질 권리’의 실현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구글의 서비스 방식은 미국의 디지털 유품 위탁관리회사인 데스스위치(Deathswitch)사가 사용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기존의 레거시로커(Legacy Locker), 어셋록(AssetLock), 시큐어세이프(SecureSafe) 등의 디지털 유품 위탁관리회사는 서비스 이용자로 해금 미리 한 두 사람을 지정해 두게 하고, 지정된 사람들이 사망사실을 입증케 했기에 절차적으로 상당히 번거로웠다.
이에 비해 데스스위치는 자신들의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로 해금 일정기간마다 미리 약정된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하고, 그 기간이 지나도록 비밀번호가 입력되지 않으면 사망으로 간주해 다음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비용과 절차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는데, 구글의 방식은 유효기간 설정이라는 점에서 데스스위치의 방식과 가깝다.
다만 데스스위치사 스스로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이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보유하는 포털은 아니었기에, 데스스위치사의 서비스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점에서 구글의 위와 같은 서비스 제공은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물론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구글에 지속적으로 접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술의 측면도 있고, 여러 사람에게 사망자의 데이터가 전달될 경우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을 상속인과 상속인 아닌 사람들이 공유하게 됨으로써 디지털 재산의 상속관계 내지 재산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으며,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에 관해 기존에 다른 이해관계 내지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권리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포털 전체에 흩어져 있는 사망자의 디지털 재산을 별도로 보존하고 전달해 주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시켜 줬으며, 이용자가 생전뿐 아니라 사후에도 정보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끔 조치했다는 점에서,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는, 앞으로 디지털 재산의 상속제도 정비에 있어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이번 친이용자적 조치는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디지털 유산 상속에 관해 장래 미국 내의 여러 포털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주고, 우리나라의 입법이나 포털의 운영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치는 궁극적으로 구글의 지속적인 성장과 독점화 현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휴면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조치는 정보 확보 조치로서 기존의 어느 조치보다도 이용자의 반감 없이 수용될 것이며, 세대를 이어서 이용자와 업데이트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용자의 사후까지도 친절하게 책임지려는 선행으로 미화될 수 있기에, 구글이 지향하는 ‘규제 없는 인터넷’의 실현에서도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