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GF)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16나노 3D 핀펫(FinFET) 공정의 도입 시기를 내년에서 올 연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14일 EE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최근 개최한 자사의 연례 기술 행사에서 올 연말 16나노 핀펫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5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활용한 10나노 공정 도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해당 장비의 성능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핀펫은 3D 입체 구조의 칩 설계 및 공정 기술을 뜻한다. 입체 구조로 돌출된 게이트의 모양이 상어지느러미(Fin)와 비슷하게 생겨 핀펫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핀펫이 적용되면 누설 전류는 줄어들고 성능은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인텔은 이미 22나노 공정에 핀펫(인텔 기술명 3D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GF는 14나노 공정에서 핀펫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모리스 창 TSMC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어의 법칙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도 그 법칙에 맞춰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여갈 것”이라며 “향후 7~8년 뒤에는 10나노에서 7나노까지 미세공정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가 16나노 핀펫 공정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GF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함이다. 삼성전자와 GF는 IBM과 함께 공동으로 반도체 생산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커먼 플랫폼 연합’을 구성하고 1등 업체인 TSMC를 공정 기술 면에서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GF는 파운드리 사업 매출에서 전년 대비 각격 98%, 31%씩 성장했다. TSMC의 매출 성장률은 18%였다. 물론, TSMC의 절대 매출액은 여전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나 GF보다 4배 이상 높은 170억달러 규모이지만 기술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고부가가치 사업인 고성능 및 저전력 로직 공정 제품(모바일AP, GPU 등)의 위탁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GF는 내년 14나노 핀펫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2월 14나노 3D 핀펫 공정 구현에 성공, 첫 테스트칩을 생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 공정 도입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TSMC 입장에선 불안 요소다. 이미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2위 업체인 알테라는 인텔과 14나노 핀펫 공정 파운드리 계약을 맺었다. 알테라는 20나노 공정은 여전히 TSMC의 공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10나노대 미세 공정에선 추가 계약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GF의 빠른 추격,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입 등으로 TSMC의 고부가가치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분야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며 “TSMC가 다양한 노드의 공정에서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1위 자리를 쉽게 뺏기진 않겠지만, 프리미엄 고객이 하나 둘 떨어져나가면 미래를 담보하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편 모리스 창 CEO는 올해 반도체 시장은 작년 대비 4%, 이 가운데 팹리스 반도체 업계는 9%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2016~2017년 10나노 혹은 7나노 공정의 파일럿 450mm 웨이퍼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