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蘇州)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가동을 위해 본격적으로 장비 발주를 내고 있다.
삼성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공장 가동 시기를 내년 초에서 올해 말로 앞당겼다. 다만 초기 투자는 최소화하고, 향후 증설 투자를 통해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양 및 가격 등 협의를 마친 장비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구매 발주를 내고 있다. 삼성 측은 3분기 부터 장비를 반입하고 올 연말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공장 가동 시기는 3개월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초기 생산 규모는 8세대(2200×2500mm) 유리기판 투입 기준 월 3만장 수준이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5만5000장 규모 대비 축소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면서도 초기 투자를 최소화한 이유는 관세 절감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4월 32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에 대한 수입 관세를 기존 3%에서 5%로 높인 바 있다. BOE와 CSOT 등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패널 수입 관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중국에서 직접 LCD 패널을 생산하게 되면 관세를 절감하고 현지 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광저우에 8세대 LCD 공장을 짓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장비 발주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의 이러한 투자 움직임에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OE와 CSOT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LCD 패널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LCD 공장이 성공적으로 가동될 경우 2014년~2015년에는 또 다시 공급과잉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3~2004년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한 결과 2005~2006년 극심한 공급 과잉 상황을 겪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