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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은 방통위 남아야” “왜 공무원 이름을”…방통위원, 조직개편 갈등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ICT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 내부 분란이 발생하고 있다. 방송 업무을 미래부 이관 여부를 놓고 상임위원간 설전이 벌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간통신사업(와이브로) 허가에 관한 건을 의결하고 방송사업자간 기술결합 서비스 정책방향에 관한 사항을 보고 받았다.

공식적인 의결 및 보고가 끝난 후 양문석 위원이 조직개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방통위 소속 공무원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시키려 한다는 것이 양 위원의 주장이다.

국회 논의가 남아있지만 최근 제시된 정부조직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당초 방통위에 남길 것으로 발표됐던 지상파 방송 및 유료방송 허가업무도 미래부로 이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의 공공성 확보라는 이유에서라고 하지만 매체간 상이한 기준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양 위원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방통위가 주도한 법안들을 보면 기본적인 철학이 배제된 채 오로지 밥그릇만 차지하려는 법안들"이라며 포문을 열였다.

그는 "미래부로 가기로 한 홈쇼핑 허가가 규제냐, 진흥이냐. 홈쇼핑은 채널 론칭비로 SO에 1500~1800억원으로 늘렸는데 오히려 홈쇼핑 영업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철저히 규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것이 허가냐, 규제냐.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렙은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방송이나 지역방송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이것은 진흥이냐, 규제냐. 진흥 규제 분리 자체가 잘못됐고, 양보하더라도 이번 조직개편안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 위원은 기획조정실장 등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국․과장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은 미래부에 가지 말고 남아서 자신들이 만든 법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민주통합당 추천 상임위원인 김충식 부위원장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김 부위원장은 "통신은 경제기술적 산업이고 방송은 사회문화적 가치에 있다. 미래부가 내세우는 것은 성장동력 발굴, 일자리 창출인데 방송은 경제성장을 높이는 성장동력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 영역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및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이계철 위원장은 특정 공무원 이름을 거론한 것에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홍성규 위원은 "큰 틀에서 보면 C-P-N-D 통합해 IT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조직개편과 관련해 말이 많지만 최종 결론은 국회에서 하는 것이고 논의를 기다려봐야 한다. 이 자리에서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희 위원 역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이 있지만 통신, 방송 편가르는 것은 아니다. 다독거려서 가야한다. 일부 공무원 실명을 거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계철 위원장도 "특정 업무와 사람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위원회에서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된다. 직원들이 만든 작품도 아니다.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연인(직원)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한 후 회의를 종료 시켰다.

방송 관련 업무가 미래부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부 분위기도 엇갈리고 있다. 미래부로 이동하는 인력의 경우 조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반대로 위원회 조직에 남는 인력은 과거 방송위만도 못한 위원회 위상을 우려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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