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축소 여파… 장비 업계 곡소리 난다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연기 혹은 축소하자 장비 업계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향후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잔고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내년 상반기까지 고전이 예상된다.
16일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10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이피시스템과 한미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세메스, 아바코, 주성엔지니어링, 탑엔지니어링은 작년 3분기 대비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손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탑엔지니어링은 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이익 규모가 95.3%나 축소됐다.
에이피시스템의 경우 매출이 1.1% 확대됐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7% 축소된 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반도체는 10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21%)과 영업이익(39.2%)을 늘렸다. 주요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진행되면서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판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반도체도 수주잔고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시황 악화로 계획된 시설 투자를 연기시키거나 축소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장비 업체들의 수주잔고가 줄어든 것은 이 같은 투자 연기 및 축소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한다. 3분기 말 기준 에스에프에이와 에이피시스템, 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업체들의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30~80%나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일부 장비 업체들은 인원 감축, 사업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은 생산 물량을 축소하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익률을 높이고 있지만 장비 업계는 투자가 없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경기 침체가 해소된 뒤 세트 판매가 늘어야만 최후방 장비 산업계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오스틴 시스템 라인 전환 및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확장 라인(A2E) 투자를 제외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공장 증설 계획은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장비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며 “이 상태로 내년 하반기까지 갈 경우 장비 업체간 인수합병(M&A) 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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