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경기도 화성 시스템 전용 17라인과 중국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의 본격 가동 시기를 2014년 하반기 이후로 미룬다. 당초 계획 대비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투자를 늦추는 것이다.
삼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반도체를 다량으로 구입하는 주 수요 업체가 2~3개로 축소됐다. 수요의 위축이다. 또한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침체이다. 이와함께 반도체 시장 역시 낮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공급 물량을 과도하게 늘리면 스스로 가격 협상력을 낮출 수 있다는 부담이 신규투자 연기 결정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투자액이 올해(15조원)의 절반 이하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급과잉 시기에 예외 없이 공격적 증설을 단행했던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시 고신기술산업 개발구에 짓고 있는 신규 낸드플래시 공장의 본격 가동 시기를 2014년 하반기 이후로 미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내부 자료를 보면 당초 삼성전자는 1단계 투자를 통해 월 7만매(300mm 웨이퍼 투입 기준)의 낸드플래시 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첫 양산은 내년 하반기가 목표였다.
한 관계자는 “시안 공장의 총 생산여력은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10만장 규모인데 본격 가동 시기가 2014년 하반기로 미뤄졌다”며 “1단계 투자 규모도 웨이퍼 2~3만매 정도로 축소됐고, 첫 시험 가동 시기도 내년 상반기로 늦춰졌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화성 삼성전자 시스템전용 17라인은 오는 2013년 말 본격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이 같은 계획이 최근 2014년 이후로 보류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부품 다변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가동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미국 오스틴 낸드플래시 라인을 시스템 전용 라인으로 교체하는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은 일부 생산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체 투자는 메모리 5조원, 시스템 반도체 8조원 등 당초 계획(15조원)보다 줄어든 13조원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며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 대비 40~50% 수준으로 감소한 6조5000억원에서 8조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으로 허덕이고 있는 반도체 소자 업체들에게 삼성전자의 투자 연기는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업계의 전반적인 투자 축소 움직임으로 국내외 장비 공급 업체들의 내년도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