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와 시트릭스의 연대가 의미하는 것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17일부터 3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시트릭스시스템스(이하 시트릭스)의 고객 컨퍼런스 ‘시트릭스 시너지 2012 바르셀로나’ 행사가 열렸습니다. 시트릭스는 1년에 두 번 미국과 유럽에서 시너지 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제품과 전략을 소개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소식은 시트릭스와 시스코가 전방위적인 협력을 펼치는 제휴를 맺었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두 회사는 그렇게 가깝지 않은 관계였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뉴스입니다. 지금까지 시스코는 시트릭스의 경쟁사인 VM웨어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공략을 위해 VM웨어-Cisco(시스코)-EMC가 함께 VCE 연합을 결성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시트릭스와 시스코는 지난 해 데스크톱 가상화 분야에서 제휴를 맺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면적인 협력관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제휴로 달라지는 첫번째 사실은 시스코가 앞으로 시트릭스의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 솔루션 ‘넷스케일러’를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시스코는 부하 분산 솔루션으로 이미 넷스케일러의 경쟁제품인 ‘시스코 ACE(Application Control Engine)’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사 제품 대신 시트릭스 제품을 시스코가 판매하게 됩니다. 최근 시스코가 ACE 부하 분산 시장에서 발을 뺀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현실이 된 것입니다. 시스코는 다만 지금까지 판매된 ACE 솔루션에 대한 지원은 계속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시스코는 넷스케일러 판매를 넘어 넷스케일러 소프트웨어를 시스코의 스위치 제품의 모듈로 통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넷스케일러를 둘러싼 제휴뿐 아니라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영역에서도 두 회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양사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통합 솔루션을 제공키로 했습니다. 이는 시트릭스의 클라우드플랫폼(클라우드스택) 기반으로 시스코의 UCS 서버, 넥서스 시리즈 스위치, 오픈 네트워크 환경(ONE) 컴포넌트를 모두 포함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양사는 설명했습니다.
이 외에 모바일 오피스 구현을 위해서도 각자의 솔루션을 통합키로 했습니다.
이 같은 전방위적 제휴를 보면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VCE 연합의 운명입니다. 시스코는 지금까지 EMC와 그 자회사인 VM웨어와 친한 친구로 지내왔는데, 오랜 친구의 최대 경쟁자인 시트릭스와 친분을 넘어 혈맹관계를 맺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의 배경으로 VM웨어의 니시라 인수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 놓고 있습니다. 니시라는 네트워크 가상화 및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업체로, VM웨어는 최근 니시라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가상화 전략을 세웠습니다.
시스코는 지금까지 ONE(Open Network Enviornment) 전략을 통해 네트워크 가상화 분야를 공략해 왔는데, VM웨어가 니시라를 인수함에 따라 이 분야에서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이 같은 추측에 대해 시스코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시스코의 최고 기술책임자 및 전략책임자인 패드마스리 워리어는 “시트릭스와의 제휴가 VM웨어와의 관계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시스코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시스코와 시트릭스의 제휴가 VM웨어와의 관계 악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IT시장에서 하나의 인수합병이 오랜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한 이후 HP와 철천의 원수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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