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부사장은 “건전한 PC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조업체들이 메모리(D램)를 더 확장해서 탑재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 부사장은 5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삼성 반도체 CIO 포럼’이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전 부사장은 “상반기 주력 모델의 가격이 3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았는데 값이 이렇게 뛰면 PC 제조업체들이 원가 줄이려고 기본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을 줄이게 된다”며 “이처럼 수요가 줄면 공급 과잉,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모양새가 된다”고 말했다.
전 부사장은 메모리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 부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PC 수요 둔화에 따른 D램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감소→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이례적이다. 그는 “값이 떨어지니 PC 제조업체들이 고급 모델의 사양 차별화를 위해 메모리 탑재량을 늘리고 있다”고 부연하며 “PC의 총재료비(BOM)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7%가 적정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메모리 주력 모델인 DDR3(1Gb 128MB 1333MHz)의 고정거래 가격은 상반기 최대 2.7달러대까지 치솟았으나 10월말 현재 1.53달러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D램 주력 모델의 가격이 고점을 찍었을 때 D램이 PC 총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15%까지 상승했다. 결국 전 부사장이 생각하는 주력 모델의 가격은 지금이 적정 수준이거나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
전 부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경쟁력 없는 기술(60~70나노급 공정)로 이익만 추구한다면 전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사장은 “시장에 60나노급 혹은 70나노급 D램만 빠지더라도 가격 내려가는 속도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팔아도 남지 않는 장사인 줄 알면서도 D램을 양산하는 후발업체에 앞선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원가 절감 및 공급량 확대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하반기에는 D램 가격이 빠지는 가운데에서도 공급량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 지난 3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40.7%라는 경이로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따른 여파는 경쟁업체의 감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침 시장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는 D램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에 따라 연말 PC용 D램 웨이퍼 생산 계획을 당초 월 23만장 수준에서 17만장으로 하향 조정하는 감산 계획을 발표하며 백기를 들었다.
전동수 부사장은 D램 가격의 언제쯤 바닥을 칠 것 같냐는 질문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PC가 얼마나 팔리는 가에 따라 달려있다”며 “잘 팔리면 D램 수요가 늘어나 1분기 말 저점을 찍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2분기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6라인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시황과 상관 없이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황에 따라 램프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 부사장은 “지금 가격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내년 하반기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